아프리카 북동부 남수단에서 정부군과 쿠데타를 일으킨 반대파간 교전이 사흘째 이어져 사상자가 1,300명을 넘어서고 있다. 유혈사태가 격화하자 미국은 여행경보를 발령하는 한편 주재 외교관들에게 즉시 철수를 지시했다.
17일(현지시각) AFP통신과 BBC방송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공개 협의에 참석한 에르베 라드수 유엔 평화유지 담당 사무차장은 "남수단 수도 주바의 병원에 500구 가까운 시신이 실려와 있다"며 "부상자도 8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이 수치는 주바 현지 병원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이라 정확하진 않다고 덧붙였다.
교전이 이어지면서 난민도 급증하고 있다. 제라드 아르노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는 "주바에서 최대 2만명이 유엔 기지로 피신해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남수단에선 지난 15일 밤부터 살바 키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정부파 군인들이 총격전을 벌이고 있다. 키르 대통령은 16일 "지난 7월 해임된 리크 마차르 전 부통령을 추대하려는 군 병력의 쿠데타 시도를 격퇴시켰다"고 밝혔다. 마차르 전 부통령은 수단인민해방운동(SPLM) 내 대통령 반대파의 수장이다. 남수단 정부는 전 재무장관 등 전직 각료 다수를 비롯한 고위 정치인 10명을 쿠데타 기도 혐의로 체포했으며, 현재 달아난 마차르 전 부통령의 행방을 쫓고 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남수단의 치안상황이 극도로 악화하자 미국은 이날 여행경보를 발령하는 한편 현지 자국민을 포함해 주재 외교관들도 공관업무를 중단하고 최소 비상인력만 남긴 채 즉시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남수단의 상황에 대해 매우 우려하고 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현지 상황을 보고 받고 있다"면서 "상황이 점점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키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갖고 반대파에 대화를 제안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남수단은 지난 2011년 7월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종족 간 갈등으로 크고 작은 내전에 시달려 왔다. 키르 대통령은 최대 다수 종족인 딩카족 출신이고, 마차르 전 부통령은 두 번째로 큰 누에르족 출신이다. BBC는 이번 교전도 종족간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수단과의 석유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경제난이 심화한 것도 이번 교전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남수단은 경제활동을 석유수출에 거의 의존하는 상황으로, 송유관 대부분이 놓여있는 수단과 송유관 사용료 등을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