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200만원 가량의 용돈을 받는 부산의 부유층 집안 자녀들이 유흥비 등에 쓰기 위해 자해 공갈을 벌이다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18일 렌터카를 이용해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차량만 골라 고의로 접촉 사고를 낸 뒤 합의금을 받아 챙긴 혐의(공동공갈)로 김모(21)씨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범행 후 입대한 현역군인 6명을 헌병대에 인계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지난 6월 27일 오후 9시쯤 해운대구 중동의 한 아파트 뒤 왕복 2차로에서 렌터카를 타고 대기하다 도로변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피해 일시적으로 중앙선을 침범해 다가오는 차량과 고의로 충돌했다. 사고 직후 김씨 등 동승자 4명은 병원에 입원해 치료비와 합의금 등 명목으로 600만원을 뜯어냈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2월부터 올해 7월까지 15명을 상대로 모두 5,800만원 상당을 갈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 등은 해운대 신시가지에서 중ㆍ고교를 함께 다닌 친구, 선후배 사이로 대부분 중소 기업 대표, 의사, 대학 교수 등 부유한 집안의 자녀들이었다. 이들 중 4명은 미국 캐나다 등으로 조기유학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들은 풍족한 용돈을 받고도 고가의 명품 옷 구입, 클럽 출입 등 씀씀이를 감당하지 못해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한 달에 용돈을 200만원이나 받는데 뭐 때문에 자해 공갈을 하겠느냐"며 발뺌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블랙박스 영상 증거를 토대로 공범 중 일부의 자백을 끌어 내면서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며 "해운대 신시가지와 달맞이고개 등 같은 장소에서 반복해서 사고가 나는 것을 의심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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