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모 신문의 신춘문예 소설 부문 예심을 봤다. 수많은 응모작들을 읽으면서 문학을 향한 순정한 열망을 확인할 수 있어서 매우 흐뭇했다. 한마디로 신춘문예는 전 국민의 문학축전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런데, 소설을 읽을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접속사가 "그리고는" 또는 그것의 줄임말인 "그리곤"이다.
예를 들면 "그는 옛날식 다방에 들어가 일부러 가장자리에 앉았다. 그리고는(그리곤) 손짓으로 여급을 불렀다." 뭐 이런 식으로 쓰이는데, 사실 접속사 "그리고는"과 "그리곤"은 모두 맞춤법이 틀린 것이다. "그리고는"은 "그러고는"으로 써야 맞다. 당연히 "그리곤"은 "그러곤" 또는 "그러하곤"이 맞는 표현이다. 신춘문예나 신인공모 심사를 보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문청들 대부분이 이 사실을 모르고 "그리고는"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심사를 보는 입장에서 명백하게 틀린 표현을 반복하는 원고의 창작자에게는 사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기성작가들의 소설책만 꾸준히 읽었어도 그것이 맞춤법 오기라는 걸 알 텐데. 그러니까 맞춤법 오기는 사실상 훈련이 덜 되어 있다는 것을 스스로 노출시키는 것과 다름없다. 좋은 점수를 받을 리가 없다. 이제 신춘문예 본심도 끝나고 당선자의 윤곽이 가려지는 시기일 것이다. 모쪼록 성실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훈련하고 습작한 사람에게 그에 합당한 영예가 주어지길 바란다. 새로운 작가는 이 세상을 다 가질 자격이 있다.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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