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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2주기 행사] 2인자 최룡해, 김정은 바로 옆에… 장성택 숙청세력 권력중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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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2주기 행사] 2인자 최룡해, 김정은 바로 옆에… 장성택 숙청세력 권력중추로

입력
2013.12.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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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공개된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중앙추모대회 주석단 면면은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처형 등 지난 1년간 숨가쁘게 진행된 북한의 권력지형 변화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공식 권력서열을 발표하지 않는 북한에서 주석단 명단은 파워 엘리트들의 위상과 영향력을 가늠하는 중요 자료다. 최고지도자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에게 가까이 위치할수록 중책을 맡은 인물이며, 반대로 주석단에서 사라질 경우 숙청설이 나돌기도 한다. 김정은을 중심으로 주로 왼쪽에 군부 인사가, 오른쪽에 당ㆍ정 관료들이 배치됐다. 2주기 주석단은 총 30명으로 작년보다 4명이 줄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인원은 감소했지만 지난해와 비교해 김정은이 자신만의 권력기반을 완성해 가는 과도기적 면모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주석단의 두드러진 특징은 장성택을 숙청한 노동당과 북한군의 보위세력이 권력 중추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리영길 군 총참모장,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등 '군부 3인방'이 김정은의 바로 옆에 나란히 자리했다. 리영길과 장정남은 지난해 주석단에 없었던 50대 소장파 군인이다. 올 10월과 5월 각각 군 수뇌부에 편입된 김정은의 사람들로 이들이 군부의 세대교체를 이끌 것임을 예고한다고 볼 수 있다.

또 장성택 숙청의 기획ㆍ연출을 맡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김창섭 보위부 정치국장,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리병삼 인민보안부 정치국장 등 보위기관 측근들도 주석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룡해는 이번 행사를 통해 사실상 2인자 자리를 굳혔다는 평가다. 최룡해는 전날 군을 대표해 "어떤 천지풍파 속에서도 오직 한 분 최고사령관 동지만을 받들어 나가겠다"며 김정은에 대한 절대적 충성을 강조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충성맹세 모임은 포스트 장성택 시대를 이끌 최룡해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군과 당의 가교 역할을 하며 김정은 유일 영도를 떠받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성택의 측근인 로두철 내각 부총리와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은 13일 사망한 김국태 당 검열위원장 장의위원에 포함된 데 이어 주석단에도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 신분이었던 최부일은 오히려 주석단 둘째 줄에서 맨 앞줄로 이동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들의 건재는 장성택 숙청의 후폭풍이 제한적일 것이란 예상을 가능케 한다"며 "권력층의 동요를 막기 위해 지배 질서를 크게 흔들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리용무ㆍ오극렬 국방위 부위원장, 최영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 명예부위원장, 현철해 당 정치국 위원 등 사실상 2선 후퇴한 당ㆍ정ㆍ군 원로들이 예상과 달리 주석단에 등장한 것도 안정적 변화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박봉주 내각 총리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도 확인됐다. 박봉주는 4월 경제사령탑인 총리에 임명된 이후 정부대표인 김영남 상임위원장 다음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 개혁ㆍ발전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부분"이라며 "국가계획위원장을 지낸 로두철 부총리나 문경덕 평양시 비서의 중용도 경제통이란 점이 감안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눈에 띄는 인물로는 단연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이 꼽힌다. 1919년생인 황순희는 김일성유격대의 간호사 역할을 했던 '여성 빨치산'의 대모다. 그의 남편도 6ㆍ25전쟁 당시 탱크부대를 이끌고 서울에 첫 입성한 류경수 전 군단장이다. 황순희 옆에는 역시 빨치산 1세대로 95세 고령인 김철만 당 중앙위 위원이 앉았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소장은 "실권과 무관하게 혁명 원로를 배려하고 '빨치산 혈통'을 중시하는 북한의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장성택 처형 이후 김정은의 혈육인 '백두 혈통'과 더불어 빨치산 혈통을 한껏 부각시키고 있다. 노동신문이 최룡해 가문(아버지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을 '충신 혈통'으로 묘사한 것이나 김국태(김일성의 빨치산 동료 김책)의 장례를 극진하게 치른 점이 그렇다. 장성택의 공백을 메우고 백두혈통에 충성을 다하는 모습을 연출하기 위해 황순희 등 빨치산 혈통을 전면에 내세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북 소식통은 "황순희는 지난해 주석단에 있었던 리을설 군 원수를 대신한 것으로 보인다"며 "충성심이 강한 혁명 가문을 통해 권력 재편을 꾀하기 위한 의도"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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