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시대를 언급ㆍ묘사한 연재소설의 잇단 게재 거부로 거센 비판을 받아온 월간 문예지 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편집주간과 편집위원의 전원 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현대문학이 주관하는 현대문학상의 올해 수상자인 소설가 황정은씨와 문학평론가 신형철씨는 상을 반납했다.
현대문학은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은 비난과 오해의 여지가 있는 잘못을 저질렀으며 이것이 몰고 온 파장으로 문인들에게 큰 심려를 끼치게 되었다"면서 "현대문학의 주간은 심각한 책임과 그동안 보내주신 애정 어린 질책에 통감하며 주간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편집주간은 발행인인 양숙진씨가 맡아왔으며, 함께 사퇴한 편집위원은 문학평론가 김화영 이남호 이재룡, 시인 최승호씨 등 네 명이다.
편집진은 보도자료에서 "문제의 발단은 9월호에 실린 박근혜 대통령의 수필과 그에 대한 평론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에 대한 질책과 충고를 계기로 창간 취지를 되새기며 더욱 정치로부터 문학을 보호하고자 했으나 그 방법과 지향이 더 큰 정치적 파장과 문학적 비판을 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명했다. 양 주간은 소설 연재를 일방적으로 거부당한 소설가 이제하, 서정인, 정찬씨에게 직접 전화해 사과했으며, 당초 2월호에 게재할 예정이었던 독자 사과문은 1월호에 당겨 싣기로 했다.
하지만 현대문학상 수상자인 황정은씨는 이날 한국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현대문학의 정상화 노력을 환영하고 지지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 있으므로 시상식엔 참석하지 않겠다"며 "심사위원들께는 죄송하지만 마음이 기쁘지 않으므로 상을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신형철씨는 "현대문학이 공신력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는 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상을 반납했다"고 밝혔다.
편집위원들까지 일괄 사퇴함에 따라 은 편집 진용을 새로이 꾸려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현대문학 관계자는 "16일 밤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에 이제부터 새로운 인선을 고심해야 하는 입장"이라며 "편집주간은 잡지 폐간까지 고려했으나 오히려 책임지는 자세가 아니라는 의견에 따라 주간직만 사퇴키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대문학의 수습책 발표로 확산 일로에 있던 문인들의 '현대문학 거부' 움직임이 어떻게 일단락될지 주목된다. 1월호에 문인 주소록을 수록, 매년 특별호처럼 제작하던 현대문학은 내년 1월호에 원고를 보낸 후 작품 수록 철회를 결정한 문인이 5~6명에 달해 파행제작이 우려됐었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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