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운명처럼… '제2 우즈' 영입 성공한 두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운명처럼… '제2 우즈' 영입 성공한 두산

입력
2013.12.17 12:45
0 0

우연이 운명을 만든다. 사소한 사건 하나가 결정적인 선택으로 이어진다.

외국인 선수들 얘기다. 내년 시즌부터 한국 무대를 밟는 새로운 얼굴들이 극적으로 도장을 찍은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구단이 두산이다. 두산은 이번에 메이저리그 출신의 오른손 거포 호르헤 칸투(31)를 영입했다. 유격수를 포함해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 플레이어이자 강타자다. 빅리그 성적도 좋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104홈런을 터뜨렸고, 올해 멕시칸리그에선 31홈런을 기록했다. 칸투는 두산에서도 중심 타선에 위치해 힘 있는 배팅을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데 칸투의 영입은 정말 극적이었다. 처음부터 협상이 순탄하게 흘러간 건 아니다. 애초 두산은 시즌 종료와 동시에 칸투를 영입 후보 0순위에 올려 놓았다. 그의 등번호인 3번을 비워놓고 무조건 잡겠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칸투의 에이전트는 "본인이 멕시코에서 은퇴하고자 한다. 현재 삶에 만족하고 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두산 입장에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였다.

그러다 12월 초. 두산 운영팀 직원 2명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외국인 투수를 물색하는 시기, 그야말로 운명적인 일이 벌어졌다. 당시 남현 사원과 정재훈 사원은 밤 11시께 현지 스포츠바에 들렀는데, TV 화면에는 평소 중계되지 않던 멕시칸리그가 나오고 있었다. 그것도 거짓말처럼 타석에는 칸투. 남현 사원은 곧바로 숙소로 올라가 "칸투를 만나러 멕시코에 가겠다"고 구단에 보고했다.

멕시코까지는 꼬박 26시간이 걸렸다. 거리상으로 그리 멀지 않은 듯 보였지만 콜롬비아를 경유하는 등 만만치 않은 항로였다. 멕시코에 도착한 두산 운영팀은 곧바로 칸투가 묵는 호텔로 이동했다. 이후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칸투와 그의 에이전트를 만났고, 국내 리그 영상과 함께 "구단이 너를 정말로 원한다"는 진심을 보였다.

칸투는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는 듯 했다. 내심 가족 문제가 걸리긴 했지만 조금씩 심경의 변화가 나타났다. 여기서 칸투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정적인 매개체가 있었는데, 다름 아닌 카카오톡이었다. 두산 운영팀은 카카오톡을 사용하고 있는 카림 가르시아(전 한화ㆍ현재 칸투와 같은 팀인 나란헤로스 데 에르모시요)와 칸투를 연결해줬다. 칸투는 이모티콘이 신기하단 듯 연방 싱글벙글 웃더니 협상 사흘 만에 "아이들이 한국에서 다닐만한 학교는 있는가"라며 마음의 문을 활짝 열었다.

남현 사원은 "칸투가 지금도 우리와 카톡을 주고 받는다. 가르시아뿐만 아니라 니퍼트와도 이모티콘을 주고 받는다"며 "만약 당시 TV에 멕시칸리그 경기가 나오지 않았다면 멕시코에 갈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건 신의 계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칸투가 멕시코에 도착하니, 나를 위해 여기까지 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했다. 보디가드와 차량까지 제공했다"며 "멕시코에서 상당한 인기를 얻고 있는 칸투가 우리 팀에 오게 돼 기쁘다"고 덧붙였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