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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가 원래는 뚱뚱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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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인 28호가 원래는 뚱뚱했었다니…

입력
2013.12.17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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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평 남짓한 방안, 작은 TV 앞에 다섯 살부터 열두 살까지 대여섯 명의 아이들이 모여 앉았다. 오늘은 평소와 다른 날이다. 비디오 대여점에서 빌려온 만화 '철인28호'의 제목이 '폭파되는 철인'이기 때문. 대여점에는 이후의 시리즈까지 이미 나온 상태라 꼬마들은 철인이 다시 부활할 것을 알고 있지만 방안의 분위기는 긴장으로 팽팽하다. 어찌어찌한 이유로 철인의 폐기가 결정되고 조종사 현우와 김박사는 철인의 최후를 지켜보기 위해 사막으로 나온다.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폭파가 시작되고 늠름했던 푸른색 철제 몸통은 사막의 모래 속으로 가라앉는다. "철인~~!!" 현우의 외침과 함께 방 안은 울음바다가 된다. 어린애들은 아예 목놓아 울고 꿋꿋하게 버티던 골목대장도 끝내 울음을 터뜨린다. 놀란 엄마가 부엌에서 설거지하다 달려 나오고 그렇게 노란 비닐장판은 눈물범벅이 됐다.

지난 세기 우리를 웃기고 울렸던 강철의 로봇들이 부활했다.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에서 열리고 있는 '20세기 로봇 대작전-탄생! 강철의 로봇들'전은 철인 28호부터 마징가 Z, 태권브이, 그랜다이져 등 1950~70년대 TV 만화에 등장했던 로봇 관련 작품 400여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수집가 김현식씨의 소장품으로 마련된 이번 전시는 각 로봇에 얽힌 이야기들과 로봇 형태의 변천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리다.

80년대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철인28호는 늘씬하고 훤칠한 로봇으로 기억되지만 50년대에 나온 원조는 일본 스모 선수처럼 뚱뚱한 스타일이었다. 태권브이의 악당 캐릭터로 모든 어린이들의 적이었던 카프 박사가 세계 정복을 꿈꾼 이유는 못생겼다고 무시하는 사람들에게 복수하기 위한 것이었고, 1980년 국내 방영 때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그랜다이져가 갑자기 중단된 배경에는 당시 퍼스트레이디였던 이순자 여사의 '허무맹랑한 로봇물은 아이들에게 해롭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씨가 수십 년에 걸쳐 사 모은 로봇들 중 가장 오래된 것은 만든 지 40년이 넘는데, 그러다 보니 재료의 변화도 뚜렷하게 보인다. 초기 로봇들이 양철 또는 소프비(소프트 비닐•연질 플라스틱)로 만들어졌다면 후기로 갈수록 주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경질 플라스틱과 다이캐스트 합금으로 제작된 로봇들이 등장한다. 초기 로봇들 중에는 희소성이 더해지면서 현재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것도 있는데 전시품 중 1970년대에 만들어진 점보 다이아포론은 약 1,700만원선에 거래된다.

시대가 지날수록 로봇의 크기가 쑥쑥 커지는 것도 재미있다. 원작을 기준으로 50년대 뚱뚱한 철인 28호의 키가 3m였다면 마징가Z는 18m, 그랜다이져는 30m, 가장 최신 캐릭터인 태권브이의 키는 56m다. 이번 전시에는 작으면 한 뼘이 안 되는 것부터 키 2m의 큰 로봇까지 나왔다.

만화 '은하철도 999'의 미녀 주인공 메텔의 그림, 과거 문방구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아카데미과학' 딱지가 붙은 프라모델, 신작 만화를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었던 소년잡지 '새소년' '어깨동무' 등도 전시돼 60년생부터 80년생까지 모두가 추억에 잠길 수 있다.

전시는 29일까지 열린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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