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KT의 새 선장을 맡게 됐다. KT는 CEO추천위원회를 열어 국내 최고의 반도체 전문가로 꼽히는 그를 차기 CEO로 내정했다. 그의 내정은 KT의 잘못된 낙하산 인사 관행의 고리를 끊고, 변화와 혁신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KT는 정부 지분이 전혀 없는 민간회사다. 공기업에서 민영화한 지 10년이 넘었다. CEO 선임에 대해 정부나 제3자가 왈가왈부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KT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수장이 교체되는 'CEO 리스크'로 최근까지 홍역을 치렀다. 54개 계열사, 6만여 명이 일하는 재계 11위의 거대 기업이 정권의 입김에 휘둘려 골병이 들고,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변화의 단초는 마련됐다. 황 내정자는 여권 대선 캠프 출신이 아니다. 일본을 제치고 삼성전자를 세계 1위의 반도체 업체로 이끈 신화의 주인공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전자공학 박사를 받은 뒤 1992년 삼성전자에 합류해 기술총괄 사장 등을 지냈고, 지식경제부 연구개발(R&D) 전략기획단 단장을 맡은 전문 경영인이다. 삼성의 글로벌 마인드와 성공 경험을 KT에 접목, 회사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물론 KT가 앞으로 삼성 제품의 테스트베드(시험장)로 전락하고, 삼성의 통신시장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순전히 그의 몫이다.
황 내정자는 내년 1월 임시이사회를 거쳐 공식 취임하면 3년간 KT를 이끌게 된다. 이 기간 추락한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고, LTE 전략부재로 정체에 빠진 KT의 신성장 동력을 찾는 것 못지 않게 추진해야 할 중요한 과제가 있다. 정치권의 부당한 인사 개입을 막고, 이사회 중심의 대표 선임 및 후임 CEO 임명 시스템을 확고히 하는 등 새로운 지배구조를 갖추는 것이다. 정부도 황 내정자 인사를 계기로 포스코 등 공기업 출신 민간기업들의 CEO에 대한 인사개입을 자제해야 한다. 시장경제의 룰은 정부가 먼저 지켜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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