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치러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2주기 추모대회에서 장성택 처형에 관여한 군 및 국가안전보위부 간부들이 대거 주석단에 편입되거나 서열이 올랐다.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장 바로 옆에 자리해 사실상 2인자에 올랐고 김창섭 보위부 정치국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김원홍 보위부장,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도 새로 모습을 보였다. 예상했던 대로다.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확고히 한다는 결의도 과시했다. 전날 "우리의 총대는 경애하는 최고사령관 동지를 결사옹위하고 받드는 억척불변의 김정은 총대"라는 맹세문을 읽었던 최룡해는 이날도 "어떤 평지풍파 속에서도 오직 한 분 최고사령관 동지만을 받들어 나갈 것"이라고 충성서약을 했다.
다만 피의 숙청이 우려됐던 장성택 세력이 대체로 건재한 것은 뜻밖이다. 박봉주 내각 총리는 물론, 국가계획위원장을 겸하는 로두철 내각 부총리,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 등이 주석단에 이름을 올렸다. 장성택의 자형인 전영진 쿠바 주재 북한대사도 소환됐다는 소문과 달리 정상 근무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석단의 이런 면면은 추측과 달리 김정은 유일체제의 확고함을 대내외에 과시함과 동시에 장성택이 추진했던 경제개혁조치를 변함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윤영석 조선경제개발협회 국장이 장성택 사태 이후 처음으로 AP통신에 "경제정책에 어떤 변화도 없다"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북한 절대권력의 속성상 '반란세력'을 그냥 놔두지는 않겠지만, 일단 속도조절에 나선 것일 수도 있다.
장성택 처형으로 드러난 김정은과 군의 밀착은 한반도 정세의 급격한 불안 가능성을 예고한다. "전쟁은 광고 내고 하지 않는다"는 최룡해의 발언은 체제안정을 위해 언제든 대남도발을 카드로 쓸 수 있다는 위협이다. 우리 측에서도 내년 초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나 4차 핵실험 경고가 나오고 있다.
남북관계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것이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다. 장성택 제거와 야만적인 처형에 미중은 격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김정은을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김정은에 대한 양국의 부정적인 인식이 비핵화 협상과 북미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도 면밀한 대응이 요구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