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년간 청소년 선도와 사회봉사에 헌신한 이성원(77·세종 조치원읍ㆍ사진) 연기새마을금고 이사장의 비극적인 가족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그의 선친은 한국전쟁 때 가족을 적지에 남겨두고 낙동강 전선에 뛰어들었다. 그 무렵 여동생이 세상을 등졌다. 남동생은 월남전 참전 이후 후유증으로 요절했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이런 쓰라린 가족사를 딛고 나눔을 솔선했다. 팔순을 바라보는 그는 여전히 각급 학교를 돌며 청소년 선도에 열변을 토하고 있다.
이 이사장의 부친 고 이영복(1980년 작고)씨는 철도국 조치원역 선로반에 근무할 때 한국전쟁을 맞았다. 고인은 동료 50명을 규합해 철도결사대인 '조근반'을 편성, 북한군의 폭격으로 파괴된 철로 복구에 나섰다. 대구역과 동촌비행장의 끊어진 철로를 잇고 낙동강 전선에도 투입돼 철로를 연결하는 등 목숨을 걸고 수송작전을 도왔다. 선친은 뒤늦게나마 2008년 참전유공자로 인정받았다. 이 이사장은 "당시 선친께서 조부모님을 비롯해 만삭의 어머니와 동생 6남매를 적지인 조치원에 남겨 두고 가실 때는 무섭고 서운했지만, 결연한 모습에 힘을 얻었다"고 회고했다.
그의 부친이 낙동강 전선에서 철로 작업을 할 때 여동생은 열병으로 그만 세상을 등졌다. 또 남동생 향원(1977년 작고)씨는 월남 파병 중 고엽제 후유증으로 27세에 떠났다. 이 이사장은 "전쟁으로 두 동생을 잃고 난 후 국가와 사회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며 "막내 동생을 육군3사관학교에 보내 직업군인이 되게 한 것도 그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기원 계룡시장이 그의 막내 동생이다.
그가 고아를 보듬고 청소년 선도에 나선 것은 1964년 조치원역 역무원으로 근무할 때였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전답을 팔아 조치원 읍내에'희망원'이라는 고아원을 설립했다. 고아들에게 글과 기술을 가르치고 학교를 보냈다. 이렇게 보살핀 고아가 500여명이 넘는다. 전쟁고아들 대부분은 호적이 없었다. 입학은 물론 취업이나 결혼을 하기도 어려웠다. 이들을 자신의 집에 주소를 두고 호적을 만들어줬다. 이 이사장은 상경해 무호적자 구제를 호소하는 한편 정부에도 탄원을 제기했다. 결국 정부는 전국의 무호적자 8만 명에게 호적을 만들어 주기에 이르렀다. 정부와 인권단체는 그에게 사회교육유공자상, 인간상록수상, 청소년유공자표창, 청소년유공자상, 인권옹호대상(5개 인권단체 공동)을 수여했다.
이 이사장은 최근 새로운 과제를 떠안았다. 철도결사대인 조근반에 가담한 무명 용사들의 명예 회복길을 여는 것이다. 그는 지역 교수들과 손잡고 미국 국방성에 이들의 공적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윤형권기자 yhk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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