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3시30분쯤 감색 점퍼를 입은 60대 중반의 남자가 부인과 함께 강원 원주시 일산로의 밥상공동체 복지재단 사무실을 찾아왔다. "기부를 좀 하고 싶다"고 운을 뗀 이 부부는 100만원 권 수표 5장이 든 봉투를 건넸다. 재단직원이 이름 등 인적 사항과 기부를 결심한 이유를 물었지만 부부는 "돌아가신 어머니께서 밥상공동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비록 적은 액수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께 맛있는 식사를 제공하는데 써 달라"는 말을 남기고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원주시 무실동에 사는 것으로 알려진 이 부부가 기부를 결심한 사연은 이랬다.
밥상공동체에 따르면 이 부부는 7년 전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어머니 전모씨와 떨어져 지내야 했다. 달동네 독거노인이 된 전씨는 2년 가량을 밥상공동체 무료급식소에서 끼니를 해결했다. 때때로 노인일터에도 참여해 경제적 도움을 받기도 했다. 전씨는 "밥상공동체에 신세를 너무 많이 졌다"는 말을 남기고 5년 전인 2008년 세상을 떠났다.
때문에 부부는 어머니를 보살펴 준 밥상공동체 복지재단에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았다. 그리고 늦게라도 보답하기 위해 풍족하지 않은 살림을 쪼개 500만원을 마련, 기부를 결심한 이유다.
밥상공동체 복지재단 관계자는 "부부가 그 동안 생활형편이 넉넉하지 않지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찾아왔다"며 "경기침체 등 나눔 문화가 줄어드는 요즘 예전 일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부부의 뜻대로 성금을 무료급식소 쌀을 구입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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