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만 해도 매달 서너차례 층간소음 문제로 다툼이 끊이지 않던 대구 수성구 녹원맨션이 올해 내내 층간소음 제로 아파트로 변신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준공 24년된 542세대 규모의 녹원맨션도 당초 층간소음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밤 12시에 샤워기 물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시도 때도 없이 청소기가 먼지를 빨아들이며, 꼬마들 뛰어다니는 소리가 아래 윗층간 큰 소리로 번졌다. 이 아파트가 층간소음에 칼을 빼든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전국 처음으로 ‘공동주택 층간소음 관리규칙’을 마련하고, 입주민 9명으로 ‘층간소음 조정위원회’를 발족했다. 환경부와 대구시, 주거문화개선연구소가 같은해 4월부터 시범 적용방안을 추진하면서 이날 출범하게 된 것이다.
관리규칙은 아파트 사정에 맞게 만들어졌다. 세탁과 청소시간도 제한했고, 밤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는 피아노 연주, 음향재생기 등 모든 소음발생원을 차단했다. 일단 소음이 발생하면 구체적인 신고서식을 작성토록 했다. A4 용지의 신고서에는 인적사항과 소음피해 시간대, 소음 종류, 피해상황 등이 적혔고, 가해 가정에서도 상세한 답변서를 제출토록 했다.
2주간의 조정기간을 거치면 대부분 소음이 사라졌다. 한 집은 층간소음조정위원회까지 소음문제를 끌고 갔지만 가정방문 등을 통해 해결됐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와 복도 등에는 ‘우리집 바닥은 아랫집의 천장’이라는 문구가 부착됐고, 아파트 방송에서도 틈만 나면 층간소음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올해는 단 한 건의 소음분쟁도 발생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힘입어 녹원맨션은 지난달 22일 안전행정부 주관 ‘2013 민원행정개선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 장관상을 받았다. 대구시도 17일 층간소음 문제를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달서구 도원동 롯데캐슬레이크와 남구 개나리맨션 등 8개 구군의 시범아파트 8곳을 추가로 지정했다.
녹원맨션 서종상(55) 층간소음관리위원장은 “층간소음을 없애기 위해서는 입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홍보에 투자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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