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적인 히트곡과 베스트셀러 앨범은 더 이상 공존하기 힘든 것일까. 2013년 가요계는 음원 차트와 앨범 차트의 성적이 명확하게 엇갈렸다. 음원 차트에선 댄스와 발라드, 힙합, 포크가 공존했지만, 앨범 차트는 남성 아이돌 그룹의 독무대였다. 데뷔 45주년을 맞은 조용필이 거의 유일하게 양 차트를 누비며 거장의 저력을 과시했다.
국가 공인 차트인 가온차트가 1월 1일부터 11월 30일까지 음원 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올 한 해 가장 큰 인기를 누린 곡은 '강남스타일'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싸이의 '젠틀맨'이었다. 유튜브 조회수 6억건을 넘긴 '젠틀맨'은 미국 빌보드 연말 결산 차트에서도 강세를 보였다. 남성 힙합 듀오 배치기의 '눈물샤워', 씨스타19의 '있다 없으니까'가 그 뒤를 이었다.
음원 차트만 본다면 아이돌 그룹 일색의 가요계는 옛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10위 안에 씨스타의 '기브 잇 투 미'(9위),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6위)가 들긴 했지만, 남성 아이돌 그룹은 단 한 곡도 없다. 로이킴, 악동뮤지션, 버스커버스커, 허각 등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들과 케이윌, 린, 이승철 등 발라드 취향의 솔로 가수들이 두루 인기를 모았다. 100만장에 달하는 앨범 판매고를 기록한 남성 아이돌 그룹 엑소(EXO)의 '으르렁'은 66위에 그쳤다.
음원 차트 100위 안에 가장 많은 곡을 올린 가수는 악동뮤지션이다. '크레센도'(12위)를 비롯해 총 6곡을 올렸다. 여성 듀오 다비치는 '거북이'(8위) 등 5곡을 올려 음원 차트의 강자임을 증명했다.
올해 음원 차트에선 힙합 장르의 약진이 주목할 만하다. 배치기와 리쌍을 비롯해 긱스, 버벌진트, 다이나믹 듀오, 프라이머리, 범키, 자이언티, 슈프림팀, 산이 등이 100위 안에 포진했다. 블락비, B.A.P 등 힙합 장르의 노래를 선보인 아이돌 그룹도 줄을 이었다. 대중적인 멜로디를 끌어안은 '감성 힙합'이 늘고, '디스전'을 통해 실력 있는 래퍼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올 한 해 힙합 장르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수 있었다.
앨범 차트에선 엑소가 단연 두각을 보였다. 정규 1집 'XOXO'의 한국어 버전 리패키지 앨범이 31만 4,106장의 판매고로 1위에 올랐고, 'XOXO'의 다른 버전 앨범 3종이 3, 6, 7위를 차지했다. 4가지 종류로 발매된 'XOXO'의 판매량은 총 95만 4,644장이다.
음원 차트와 달리 앨범 차트는 온통 남성 아이돌 그룹 세상이다. 50위권 앨범 중 42개가 남성 아이돌 그룹이거나 보이 그룹 출신 가수들이다. 20위권 안의 여성 아이돌 그룹은 소녀시대의 4집 '아이 갓 어 보이'(2위)가 유일하다.
음원 차트와 앨범 차트가 극단적으로 나뉜 가운데 양 차트에서 고른 활약을 보인 가수는 조용필이 거의 유일했다. 25만장이 팔려 나간 그의 19집 '헬로'는 앨범 차트 4위를 차지했고, 음원 순위 100위 안에 '바운스'(20위)와 '헬로'(58위) 두 곡을 올렸다. 연말 차트 상위 10개의 음반 중 음원 차트 100위 안에 두 곡 이상 수록곡을 올린 앨범은 '헬로'뿐이다.
국내 최대 가요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와 샤이니, 소녀시대의 인기로 올해도 가뿐히 1위 자리를 지켰다. 100위 안에 든 SM 발매 앨범들의 총 판매량만 208만장으로 100개 앨범의 총 판매량인 608만장의 34%에 해당한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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