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조동만 전 한솔그룹 부회장, 이동보 전 코오롱 TNS 회장,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 등 전직 고위공직자와 기업 총수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개한 지방세 고액 체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매년 반복적으로 고액 체납자 명단에 포함되고 있지만 여전히 세금을 내지 않는 등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전행정부와 서울시 등 전국 지자체는 체납 발생일로부터 2년이 지나도록 3,000만원 이상의 지방세를 내지 않은 고액ㆍ상습체납자 1만4,500명의 명단을 16일 각 시ㆍ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방세기본법에 따라 2006년부터 매년 체납자의 이름, 상호, 직업, 주소 등을 공개해 왔다.
올해 공개된 명단에는 최근 추징금을 완납하겠다고 밝혔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4,600만원을 체납해 새로 포함됐다. 개인 체납자 중에선 조동만 전 한솔부회장이 84억원으로 체납액이 가장 많았고, 이동보 전 코오롱TNS회장이 42억6,200만원, 나승렬 전 거평그룹 회장이 40억3,400만원, 최순영 전 신동아그룹 회장이 37억6,000만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28억5,100만원을 각각 체납해 명단에 올랐다.
신규 공개 대상자인 전두환 전 대통령은 서울 연희동 자택 별채를 압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지방세를 내지 않았다. 2003년 전 전 대통령 명의의 경호동 별채가 검찰에 압류되며 받은 16억4,800만원 중 지방세 3,017만6,620원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뒤늦게 체납 사실을 인지한 서울 서대문세무서가 2010년 4월 세금 납부를 독촉했지만 전 전대통령측이 3년 넘게 거부하면서 가산금을 포함해 체납 총액이 4,600만원으로 불었다.
서울시는 검찰이 전 전 대통령의 사저에서 압류한 그림 가운데 이대원 화백의 1987년 작품인 '농원'(감정가 2억5,000만원)을 한국자산관리공사에 의뢰, 18일 경매를 통해 체납 세금을 전액 징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기 불황에 따른 부도나 폐업 증가 등으로 인해 명단 공개 대상인 전국의 지방세 고액ㆍ상습체납자는 작년보다 2,971명(25.7%) 증가했으며 체납액도 2조1,397억원으로 작년보다 26.6% 늘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1억 원 이상 지방세를 체납한 고액 체납자도 전년 대비 20.9%나 증가했다.
문제는 고액ㆍ상습 체납자들은 수년 째 체납자 명단에 반복적으로 오르지만 마땅히 체납액을 징수할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기업의 경우 법인이 부도가 난 뒤에 과세ㆍ추징 하는 경우가 많아 체납액을 실질적으로 징수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서울시의 한 세무공무원은 "법인세 중 지방소득세는 과세 절차에 따라 전년도 사업소득의 결과에 대해 그 다음해 4월에 신고ㆍ납부하게끔 돼 있다. 그런데 법인이 부도가 난 후라면 사실상 징수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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