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78일만에 선발 출전한 '산소탱크' 박지성(32ㆍ에인트호벤)은 팀의 대승을 이끈 반면 3경기 연속 골을 노리던 '손세이셔널' 손흥민(21ㆍ레버쿠젠)은 침묵,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박지성은 16일(한국시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의 갈겐바르트에서 열린 2013~14 네덜란드 에레디비지에 17라운드 위트레흐트 원정 경기에 오른쪽 날개로 선발 출전, 79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박지성의 복귀 속에 에인트호벤은 전반에만 4골을 몰아치며 위트레흐트를 5-1로 누르고 7경기 무승 행진(2무5패)을 끊었다. 한 때 리그 선두에서 10위까지 추락했던 에인트호벤은 6승5무6패(승점 23)를 기록, 9위로 올라섰다. 선두는 승점 36의 비테세 아른헴이다.
한 때 리그 선두에 오르며 돌풍을 예고했던 에인트호벤은 박지성이 발목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것과 맞물리면서 끝없이 추락했다. 경험 부족으로 인한 리그 부진과 더불어 지난 14일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에서도 조별 예선에서 탈락, 필립 코쿠 에인트호벤 감독의 경질설마저 불거졌다. 그러나 위기의 순간 박지성이 팀에 합류하면서 일단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박지성은 경기 후 네덜란드 언론 AD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팀은 분위기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었고 이번 승리는 다행히도 팀이 필요로 했던 기상신호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상황을 벗어나 좋은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젊은 팀인 에인트호벤이 다시금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이를 막을 상대는 없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코쿠 감독도 경기 후 "박지성은 오늘 우리가 이기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리 팀의 전술에 연결고리 임무를 수행했다"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반면 손흥민은 3경기 연속골 사냥에 실패, 아쉬움을 남겼다. 손흥민은 이날 독일 레버쿠젠의 바이아레나에서 열린 2013~14 분데스리가 16라운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홈경기에 왼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 경기가 끝날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최근 리그 2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던 손흥민은 이날 득점 행진을 멈췄고, 팀도 프랑크푸르트에 0-1로 패했다. 최근 정규리그 4연승을 달리던 레버쿠젠은 강등권 직전에 놓였던 15위 프랑크푸르트를 상대로 안방에서 덜미를 잡혔다.
UEFA 챔피언스리그, 컵대회 등에 쉼 없이 출전하며 휴식이 부족했던 손흥민은 상대의 집중 견제 속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경기 후 독일 일간지 빌트는 손흥민에게 시즌 최악인 평점 5를 부여했다. 1~6까지 나눠지는 빌트의 평점은 낮을수록 활약이 좋았음을 의미한다. 골 닷컴도 5점 만점에 1.5점이라는 낮은 점수를 부여하며 혹평했다.
잠시 주춤한 손흥민은 오는 21일 베르더 브레멘과의 경기에서 자존심 회복을 노릴 예정이다.
한편 손흥민은 이날 열린 챔피언스리그 16강 조추첨 결과 파리 생제르망(프랑스)과 만나게 됐다.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독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1위인 아스널과 맞붙는다. 강호 FC 바르셀로나(스페인)도 맨체스터 시티(잉글랜드)와 8강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대결을 펼친다.
이밖에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는 샬케04(독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는 올림피아코스(그리스)와 다툰다. 첼시(잉글랜드)는 갈라타사라이(터키), 도르트문트(독일)는 제니트(러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스페인)는 AC 밀란(이탈리아)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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