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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39>기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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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열의 볼링그린 다이어리<39>기다림

입력
2013.12.16 0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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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생활하면서 ‘빨리빨리’라는 단어에 익숙해 있다.

그리고 어디를 가든 무엇을 하든 빨리 해야 직성이 풀리는 것이 사실이다. 나 또한 성격도 급하고 무엇을 해도 빨리 해야 되는 스타일이지만 이곳 미국에 살면서부터 ‘빨리빨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었다. 이곳에서는 무엇을 신청해도 빨리 되는 것이 없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하는 것이 더 편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일을 시키면 늦는 대신에 실수하는 경우는 드물다. 우리의 ‘빨리빨리’ 문화가 분명히 우리 나라의 발전에 큰 도움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근면하고 성실하게 빨리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큰 장점이며, 우리가 지금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거기에 더해서 운동선수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먼저 부상을 당했을 때 누구나 빨리 낫고 싶기 때문에 빨리 무엇인가 해야 하고 병원에서도 빨리 무엇인가를 해주기를 원한다. 약도 강한 것을 써서 시간을 줄이고 싶고 재활운동도 많이 해서 빨리 나아지기를 바란다. 하지만 우리 몸이라는 것은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이 말씀 하기를 우리는 의사 선생님이 우리 몸을 고쳐준다고 생각하는데 결코 아니다. 즉 우리 몸은 몸 스스로가 나아야 나은 것이다. 몸에 상처가 나면 단지 상처를 꽤 메어 주는 것이지 낫게 해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렇듯 우리의 몸은 스스로 상처를 아물게 하고 낫게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거기에 약을 먹으면 좀더 효과적으로 회복을 돕는 것뿐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편안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활이라는 것은 결코 서둘러서는 안되며 몸이 회복할 수 있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야구기술이라는 것도 하루 아침에 뚝딱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최소 3개월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게임에 사용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할 때가 많다. 이것 또한 선수가 코치의 조언을 받아들였을 때의 일이며 아무리 코치가 좋은 조언을 한다고 해도 선수가 받아들일 마음이 없다면 긴 시간을 투자해도 선수는 변화하지 않는다.

김경문 NC 감독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두산 시절 한 신고 선수가 입단을 했는데 그 선수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다리가 느리고 어깨는 약할뿐더러 외야수라서 특별한 것도 없었지만 타격은 좋은 편이었다고 한다. 김 감독님은 다른 것은 다 버리고 장점만을 생각하며 그 선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루는 연습경기에서 외야에 큰 타구를 쫓아가다가 펜스에 심하게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큰일났구나라고 생각 할 때 이 선수가 바로 일어나서 내야에 강한 송구를 한 뒤 고통스러운 표정을 하더란다. 그래서 이 선수의 투지를 높이 샀는데 며칠 후에 똑 같은 상황에서 다시 벌떡 일어나서 송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이 친구는 기본적으로 강한 신체를 타고 났으며 근성 있는 선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꾸준히 지켜보고 있다가 어느 날 게임에 출전을 시키면서 “오늘 게임에서 안타를 치면 내일도 시합을 출전시켜주겠다” 고 약속을 했는데 정말로 안타를 쳤다고 한다. 그 후로 계속 출전하면서 누구나 인정하는 주전 선수로 성장했다고 한다. 이 선수가 바로 두산의 김현수다. 이렇듯 한 선수가 프로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꾸준히 지켜보면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만약 지도자가 시간과 기회를 주지 않았다면 우리는 김현수 선수의 활약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선수의 모습을 처음 보고 어느 정도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면 누구나 지도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선수가 주전 선수로 성장할 수 있는지 아니면 그냥 평범한 선수인지를 가려야 한다. 또 주전 선수의 가능성이 있다면 과연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지를 판단한다는 것은 더욱더 어려운 영역이며 인내심이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 현실에서 지도자의 자리는 기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지금 현재는 실력이 부족하지만 잠재력을 보고 성장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집중적으로 선수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지도자의 기다림이다. 대단한 인내와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볼링그린 하이스쿨 코치ㆍ전 LG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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