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빨치산 혈통'을 비롯한 전ㆍ현직 고위간부 자제들의 전성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빨치산 혈통은 김일성 주석과 항일 무장투쟁을 함께 한 혁명 세대를 일컫는 말. 대를 이은 충성심을 통해 김정은 정권과 '운명 공동체'로 엮인 이들이 북한판 세대교체를 이끌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우선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은 장성택 처형을 계기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북한 노동신문은 14일 정론에서 "누가 감히 우리 수령님을, 어제 날 종파 나부랭이들의 숨통에 권총을 들이대고 불을 토했던 투사들의 외침소리는 결코 지나간 이야기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누가 감히 우리 수령님을'이라는 표현은 최룡해의 부친인 최현 전 인민무력부장이 1956년 '8얼 종파사건' 당시 소련파와 연안파를 숙청할 때 한 유명한 발언이다. 종파분자 숙청에 앞장 선 아버지의 문구를 빌려 최룡해에 대한 신임을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 사망한 김국태 노동당 검열위원장을 극진히 예우한 점도 눈에 띈다. 김국태 역시 사망한 김일성 주석의 항일 빨치산 동료였던 김책 전 부수상의 장남이다. 당 중앙위는 부고문을 통해 "(김국태가) 당에 정면으로 도전한 반당ㆍ반혁명종파분자들의 여독을 청산하기 위한 투쟁을 벌였다"고 치하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이 김국태의 사망 원인과 일시를 상세히 밝혔지만 부고 날짜를 장성택 처형 이후로 미뤘을 수 있다"며 "빨치산 혈통은 유일 영도체계를 공고히 하는 좋은 소재"라고 말했다.
북한의 혁명 2세대는 2010년 후계자 김정은의 존재를 처음 알린 당 대표자회를 통해 대거 지도부에 입성했다.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당 민방위부장), 조선인민혁명군 지휘관을 지낸 오백룡의 아들인 오금철 군 부총참모장 등이 이 때 당 중앙위 위원에 이름을 올렸다. 북핵 6자회담을 이끄는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도 정일룡 전 부수상의 사위다.
북한의 중심 권력은 이제 서서히 3세대로 옮겨가고 있다. 김국태의 딸인 김문경은 당 국제부 부부장, 사위 리흥식은 외무성 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또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의 아들인 김철, 최룡해 군 총치국장의 아들인 최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손자인 김성현 등도 당ㆍ정ㆍ군이나 무역활동 요직에서 신진 엘리트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3세대 고위간부 자제들은 대부분 50대 미만인데다 김정은의 사조직인 '봉화조'와 연관돼 있어 북한의 권력구도 재편에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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