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서비스 기사들의 절반 이상이 심리상담이나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소장 임상혁)와 은수미, 한명숙 민주당 의원이 지난 5~6일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880명을 대상으로 '업무환경 및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해 이를 우울증척도기법(BDI)으로 분석한 결과, 응답자의 23.5%가 심리상담이 필요한 중증우울증, 30.4%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고도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연구소가 지난 8월 백화점 판매원, 콜센터 상담원 등 이른바 '감정노동자' 2,259명을 조사한 결과에서 심리상담이 필요하다고 분석된 33.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더구나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중 최근 1년간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도 일반인(16.4%)의 2배 이상인 35%에 달했다.
또 기사들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으로부터 인격무시성 발언을 들은 경험(88.7%), 신체적인 위협을 느낀 경험(43.8%), 폭행을 당한 경험(11.9%) 등이 모두 감정노동자들보다 많았다. 기사들을 특히 이런 피해를 당한 뒤 회사에 알렸지만 43.9%는 "그냥 참으라"는 말을 들었고, 20.6%는 "시비를 따지지 말고 무조건 사과하라"는 반응을 접했다고 답했다.
임상혁 소장은 "삼성전자서비스가 기사들에게 강요하는 과중한 업무, 서비스강요 정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고객이 홈페이지, 전화 등으로 서비스에 불만을 제기한 경우 기사들의 83.6%가 사측으로부터 단체산행 등 정신교육을 받았으며, 80.5%는 반성문 격인 대책서 낭독 등 공개망신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임 소장은 "삼성은 대기업답게 하청노동자들이 겪는 고통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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