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을 한국어로 번역하면 '어쨌거나 로렌스'쯤 된다. 제목이 암시하듯 영화는 '어쨌거나'를 이야기한다. 여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사회적 성취를 버리고 어쨌거나 자기 삶을 새롭게 살아가는 남자와 사랑하는 사람이 어제와는 다른 성으로 살아갈지라도 어쨌거나 그를 사랑하는 여자의 10년을 그린다. 누가 수군거리든 누가 손가락질하든 오직 '심장의 논리'대로 움직이는 이 남녀의 오랜 사랑은 여러 겹의 감정을 자아낸다. 쓸쓸하면서도 격정적이며 처연하고 종국엔 아름답다.
신예 작가이자 프랑스어 교사인 로렌스(멜비 푸포)는 서른 다섯 생일 다음날 약혼녀 프레드(쉬잔느 클레멘트)에게 화들짝 놀랄 선언을 한다. 앞으로 여자로 살아가겠다는 각오를 밝힌 뒤 진한 화장을 하고 여자 옷을 입은 뒤 학교로 출근을 한다. 그에게 돌아온 것은 경멸과 상실이다. 그의 갑작스런 변신에 학교는 해고로 응답한다. 하지만 프레드의 사랑은 변치 않는다. 걷잡을 수 없는 상실감을 꿋꿋이 참아내며 프레드는 인생 최대 결단을 내린 로렌스를 응원한다.
이후 두 사람은 여전히 치열하게 사랑하고 실망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기를 반복한다. 10년에 걸친 두 사람의 사랑의 연대기는 과연 사랑은 무엇인지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장애가 있든 이 세상을 버티게 하는 힘은 어쨌거나 사랑 아니겠냐고 웅변하는 듯하다.
로렌스와 프레드의 유별난 사연만으로도 영화 초반부는 흥미롭다. 두 사람이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중반부는 지루하게 전개되다가 영화는 후반부에서 뒷심을 발휘한다. 패션쇼와 CF에서 차용한 화려한 숏들이 상영 시간 168분을 관통하는데, 형형색색의 옷들이 꽃처럼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은 특히 오랜 잔상을 남긴다. 등장인물들의 격정을 전하는 선곡도 빼어나다. 스페인 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림자가 뚜렷하고, 장면과 장면이 느슨하게 연결된다는 게 흠이랄까.
24세 캐나다의 신성 자비에 돌란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2009년 '나는 엄마를 죽였다'로 데뷔한 이 재주 많은 감독(배우 출신인 그는 이 영화의 각본과 의상, 편집도 겸했다)은 세계 영화계의 앙팡 테리블이다. 캐나다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영화 활동을 이어가며 프랑스 밖에서 가장 뛰어난 프랑스어 영화를 만드는 감독 중 하나로 평가 받는다. 지난해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최우수여자배우상(쉬잔느 클레멘트)을 수상했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 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