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택 전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된 뒤 북한에 대한 중국의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북한 내부의 일”이라며 태연한 척 하지만 불편한 감정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환구시보는 14일 사설에서 “최근 북한에서 발생한 사태에 대해 대다수 중국인은 의심할 바 없이 반감을 느끼고 있다”며 “평양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북중 관계에 일정한 견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중국의 대북 원조가 더 많은 반대를 받을 것이며 민간 교류의 열기도 떨어질 수 있다고 구체적 예까지 들었다. 인민일보사가 발행하는 환구시보는 중국의 속내를 드러내는데 종종 활용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설은 특히 “중국은 북한이 안정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지만 북한의 나쁜 버릇을 멋대로 내버려 둬서도 안 된다”며 “우리는 북한이 중국에 더 많이 맞출 필요가 있다는 것을 깨닫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설은 또 “중국은 북한 내부의 일에 간섭하지 않을 것이지만 이것이 중국 여론이 장성택의 죽음을 논할 수 없으며 중국 사회가 평양의 뜻을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중국의 부정적 대북 여론을 통제해 줄 것을 요청한 데 대해 중국이 거부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중국 인터넷에는 장성택 처결의 잔인한 방식뿐 아니라 죄목 중 중국 관련 부분이 공개된 데 대한 불쾌감도 많았다. 아웨훈쯔(阿月渾子)라는 네티즌은 “북한은 장성택이 지하자원과 땅을 외국에 팔아 먹었다고 했는데 이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그럼 중국이 장성택과 결탁, 북한의 자원과 토지를 도적질이라도 했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그는 “중국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대해 북한에 해명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지도부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 온 장성택의 처형은 중국 지도부에게도 당혹스러운 일이다. 장성택은 지난해 8월 방중해 당시 후진타오(胡錦濤) 주석,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쑨정차이(孫政才) 지린(吉林)성 서기, 왕민(王珉) 랴오닝(遼寧) 서기 등과 만나 황금평 및 나선 특구 공동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중국과 합의했었다. 중국은 장성택이 평양으로 돌아갈 때 귀중품과 식량까지 선물로 안긴 것으로 알려졌다.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5월 김정은 특사 자격으로 방중했을 때 사실상 푸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중국은 장성택에게만 큰 힘을 실어온 셈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북중 경협이 당분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무역 및 투자 유치 등을 논의하기 위해 파견된 북한의 무역일꾼들은 최근 잇따라 돌아가고 있다.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2주기 추모 행사를 위한 귀국일 수도 있지만 ‘장성택 일당’에 대한 소환 및 숙청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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