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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군함 충돌 위기 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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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군함 충돌 위기 모면

입력
2013.12.1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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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군함이 5일 남중국해에서 충돌 직전 상황에 이르렀던 것으로 밝혀졌다. 두 나라가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 문제로 대립각을 세우던 시점이다. 게다가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던 때 일어난 일이라 양국이 아시아 패권 경쟁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보여준 사건으로 여겨진다.

언론에 따르면 남중국해에서 작전 중이던 미군 순양함 USS 카우펜스호에 5일 중국의 도크형 상륙함이 접근해왔다. 카우펜스호는 이에 무선으로 정지하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중국 군함은 이를 무시한 채 측면에서 카우펜스호 앞을 가로지르는 공격적 항로로 진행했다. 두 군함은 한 때 180m까지 근접, 물리적 충돌 가능성을 높였다. 중국 군함이 카우펜스호 460m 앞에서 갑자기 멈춰 충돌을 유도하려 했다는 지적도 일부 있다. 결국 카우펜스호가 항로를 전환하고 물러서면서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사일 유도시스템을 갖춘 카우펜스호는 2003년 37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며 이라크 전쟁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순양함이다.

미국 국무부는 이후 고위급 수준에서 중국에 공해상 위협 행위를 항의했으나 중국은 이제껏 침묵하고 있다. 카우펜스호가 당시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이에 불만을 품고 고의 충돌 작전을 감행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랴오닝호 전단은 지난달 26일 칭다오를 출발해 남중국해에서 첫 항모 훈련을 하고 있었고 카우펜스호를 향해 돌진하던 중국 상륙함도 랴오닝호 전단 소속으로 알려졌다. 이날 사건에 앞서 중국의 환구시보는 “미국ㆍ일본의 항공기와 군함이 랴오닝호를 추적하며 중국 인민을 심리적으로 압박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 동안 중국은 미군이 공해상 운항의 자유를 내세워 중국을 정찰, 감시하는 것에 불만을 표출해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사건은 2009년 중국 군함 5척이 미국 해군 관측선 임페커블호를 둘러싸 항로를 저지한 것이나 2001년 정찰활동 중이던 미군 정찰기를 향해 전투기를 출격시킨 사건과 유사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2차 세계대전 이후 태평양에서 지배력을 행사해온 미국 해군과, 대양해군으로 부상하는 중국 해군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는 때 발생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는 더 크다. 딘 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단순 사고가 아니라 고의적인 사건”이라면서 “남중국해 지배권을 둘러싼 미중 충돌 위험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라일 골드스타인 미국 해군전쟁대 교수는 “미중 어느 쪽도 타협점을 찾으려 하지 않는다”며 “양국 모두 레드라인(금지선)이 어디까지인지 알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다만 두 나라가 사건 발생 열흘이 되도록 이 문제를 공개 거론하지 않아 긴장의 확대는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군 태평양함대는 성명에서 “의도하지 않은 충돌이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군함간 통신을 포함, 선박조종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직접적인 비난은 피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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