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의 표출인가, 불안감에 떠밀렸나."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2일 권력 2인자인 고모부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을 전격 처형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8일 장성택을 체포한 지 불과 나흘 만에 사형을 집행한 것은 지나친 고속주행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주민들이 다 보는 앞에서 온갖 죄목을 씌워 장성택을 잡아 가뒀으니 언젠가는 처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건 속도가 빨라도 너무 빠르다"고 말했다.
처형 배경에 대한 관측은 엇갈린다. 우선 김 제1위원장이 후견인 장성택을 신속하게 처리한 것은 '김정은 체제'가 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 2주기를 앞두고 정리할 일들은 다 정리해야 새로운 김정은 체제를 열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장성택을 이미 실각시키고 숙청한 상황에서 처형을 미루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말이 나올 것이고, 이는 아직 확고한 리더십을 구축하지 못한 김 제1위원장에게 두고두고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장성택 숙청은 김 제1위원장에게도 모험인 만큼 체제 유지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감행하지 못할 일이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장성택이라는 비중 있는 인물을 상대로 일벌백계의 모습을 확실하게 보여주면서 김정은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을 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 제1위원장이 불안하기 때문에 장성택을 제거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인 독재인 북한의 체제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정상궤도에서 벗어나 지나치게 숙청작업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식 재판도 안하고 국가안전보위부의 단심 특별재판으로 장성택을 사형시킨 것에 비춰 김정은은 밤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불안에 떨고 있는지도 모른다"며 "신속한 처형은 장성택이 계속 살아있을 경우 발생할지 모를 장래의 화근을 없애고 반란세력의 희망을 꺾어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이 8일 당 정치국 회의에서 온갖 죄목을 적시할 때부터 장성택의 처형은 예정된 것"이라며 "장성택이 숨겼을지 모를 막대한 비자금을 찾기 위해서라면 좀더 시간을 끌 수도 있었겠지만 김정은으로서는 돈보다도 권력의 초조감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김 제1위원장의 급한 성정에다 지략 부족을 드러냈다는 시각도 있다. 젊은 혈기만 믿고 안하무인 격으로 칼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남성욱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노동당 조직지도부나 군부에서 장성택의 죄목을 낱낱이 보고했을 텐데 이를 그냥 놔 두자니 김 제1위원장 스스로가 물러터진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했을 것"이라며 "숙청을 해도 조용히 했던 김정일과 달리 동네방네 소문을 다 내고 있는 김정은은 아직 지도자의 자질이 많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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