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북한 장성택 처형] '국가전복 음모'는 쿠데타 획책을 뜻해… 최고 무거운 죄목 걸어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북한 장성택 처형] '국가전복 음모'는 쿠데타 획책을 뜻해… 최고 무거운 죄목 걸어

입력
2013.12.13 18:32
0 0

북한이 13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사형 이유로 내세운 결정적 죄목은 '국가전복음모'다. 지난해 5월 개정된 북한 형법 60조는 국가전복음모죄를 "반국가적 목적으로 정변, 폭동, 시위, 습격에 참가했거나 음모에 가담한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장성택이 쿠데타를 획책했다는 뜻이다.

북한이 장성택의 숙청을 공식화한 지난 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서에서 그에게 '반당ㆍ반혁명 종파 행위' 혐의를 적용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엔 더 무거운 죄목이 씌워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최고 죄목을 걸어야만 2인자를 제거하는데 장애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성택의 쿠데타 시나리오는 '민심ㆍ군부 장악→총리 등극→외세의 인정' 등 단계적 로드맵을 취하고 있다. 먼저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 판결문은 "(장성택이)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피폐한 경제상황을 악용해 김정은 정권과 주민간 이간질을 시도했다는 얘기다. 장성택은 또 당ㆍ정ㆍ군 곳곳에 포진한 광범위한 인맥을 정변 수단으로 삼았다. 공개 처형된 리룡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부부장 등 심복들을 앞세워 군인들의 생활까지 악화할 경우 정변 가담세력으로 끌어 들이려 했다는 게 보위부 주장이다.

정변 감행은 경제가 완전히 무너져 장성택이 북한의 경제사령탑인 내각 총리에 오르는 시점으로 설정했다. 총리가 된 후 여러 경로로 긁어 모은 막대한 자금을 풀어 경제위기를 극복하면 자연스레 군부와 민심이 자신을 지도자로 옹립할 것이란 논리다. 이런 개혁적 이미지를 어필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공인을 받음으로써 정권 탈취 계획은 마침표를 찍게 된다.

군사 정변의 근거가 대부분 장성택의 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가 실제 쿠데타를 모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다만 쿠데타 혐의가 2인자 제거를 위한 모함이 아니라 사실에 입각한 것이라면 김정은 체제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향후 증대될 수 있다는 방증으로 해석된다.

북한에서 과거 쿠데타 모의에 따른 숙청 사건을 보면 장성택의 시나리오를 공개한 의도를 일부분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프룬제ㆍ6군단 사건이다. 1990년대 초 소련 프룬제 군사학교 출신들이 인민군 창설 기념행사에서 김일성ㆍ김정일 부자를 살해하려다 실패했고, 90년대 중반에도 함경북도 소재의 6군단 정치위원들이 쿠데타를 모의하다 발각됐다.

두 사건 모두 대규모 처형과 숙청이 뒤따랐다는 전언이 많았지만 북한이 함구해 진위 여부는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 대북 소식통은 "당시는 김일성ㆍ김정일 1인 지배가 확고히 자리잡은 상황에서 굳이 사건을 공개해 체제 내 불필요한 동요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는 노림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장성택 처형은 쿠데타 이유와 수단, 시점 등 전모를 상세히 소개했다.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은 현재 할아버지, 아버지와 달리 유일 영도체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서 처형의 정당성을 확보할 분명한 사유가 필요했을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쿠데타 범죄는 북한 주민들에게 공포심을 배가시키면서도 유일 영도체계의 견고함을 강조할 수 있는 최적의 소재"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