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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음미하고 개성있게 되새긴 102명의 102가지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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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음미하고 개성있게 되새긴 102명의 102가지 독후감

입력
2013.12.13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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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종류의 책은 서지사항을 정리하기가 매우 난감하다. 이래 봬도 '강영숙 외 101명 지음'이라는 윗줄의 저자 소개는 꽤 오랜 고민 끝에 나온 것이다. 출판사의 저자 소개는 '황석영 성석제 김연수 천명관 김애란 외 지음'이었다.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가나다 순일 수도, 연장자 순일 수도, 유명도 순일 수도, 글의 완성도 순일 수도 있다. 책의 대표저자를 저마다 달리 정해볼 수 있다는 것, 그게 이런 종류의 책에서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다. 그러니까 어떤 사악한 독자들에게는 이 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이 한데 모여 펼치는 고전문학 독후감대회 같은 것이다.

은 102명의 국내 작가들이 113권까지 나온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중 한 권씩 골라 읽고 네이버의 문학동네 카페에 2011년 5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연재한 서평을 모은 책이다. 앞서 언급한 작가를 제하고도 김사과 김영하 김언수 백영옥 손보미 천운영 편혜영 한유주 황정은 등의 소설가, 강정 권혁웅 오은 이병률 허수경 황인숙 등의 시인이 서평을 썼고, 문학동네 편집위원인 문학평론가 남진우 류보선 서영채 신수정 신형철 황종연, 서평가 이현우, 여행작가 김남희, 사회학자 정수복, 가수 루시드 폴 등도 참여했다.

필자들의 개성이 강하니만큼 본격적인 서평이라기보다는 고전문학 작품을 키워드로 삼아 쓴 에세이에 가깝다. 글의 형식도 편지, 시, 짧은 소설 등의 형태로 다채롭다. 진중하고 서정적인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거침없고 재치 넘치는 어투도 있다.

책을 고르는 작가들의 취향을 감별해보는 것도 재미. 김연수는 엽편소설 형식으로 쓴 르 클레지오의 리뷰에서 "우린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서 늘 새로운 삶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작중 인물들의 다음과 같은 대화가 가능해진다. "혹시 책을 안 읽는 사람은 자기 생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 "정확하게 그 말을 하려는 겁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면, 그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을 다 알아내려고 애쓸 겁니다."

폭소 유발로 책 값의 일부를 충분히 변제하는 박민규의 선택은 . "끝없이 근대를 모함해온 현대"의 "안전한 삶"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톰을 호출한 그는 "모험이 거세"된, "불만은 없는데도 불안은 여전"한 현대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외친다. "기억하자. 우리는 누구나 소년이었고, 실은 이 지구의 종을 대표하는 모험가였다. 아이 엠 톰. 아임 어 보이. 아임 낫 어 스튜던트."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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