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당ㆍ반혁명 종파 행위로 숙청된 북한 장성택이 12일 특별군사재판에서 사형판결을 받은 뒤 즉시 처형됐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어제 밝혔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는 공화국 형법 60조에 규정된 국가전복음모행위다. 지난 8일 노동당 정치국확대회의에서 체포되는 장면이 공개된 지 나흘 만이다. 그가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고모이자 '백두혈통'의 유일한 생존 혈육인 김경희 당 비서의 남편이어서 목숨만은 부지할 것이라는 추측을 무색케 한다. 3대 세습체제에서 친인척의 처형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광기 어린 북한 공포정치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판결문에 나온 혐의는 어마어마하다. 조선중앙통신은 "영도의 계승문제를 음으로 양으로 방해하는 천추의 용납 못할 대역죄를 저질렀다"며 "불순세력을 규합해 갖은 모략과 비열한 수법으로 당과 국가의 최고권력을 찬탈하려 했다"고 밝혔다. 또 "나라 전반의 사업을 쥐고, 중앙기관들에 깊숙이 손을 뻗쳐 '소왕국'을 만들었다"고 했다.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타도하기 위한 쿠데타를 모의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성택이 민심과 경제를 장악해 내각총리가 된 뒤 정권을 잡는 '2단계 정변'을 시도했다고 쿠데타의 시나리오까지 자세히 공개했다.
며칠 사이에 북한에서 폭풍처럼 몰아친 정변은 김정은 체제가 과연 공고한 지에 대한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장성택 숙청이 알려졌을 때만 해도 2인자를 내칠 정도로 김정은 정권이 확립돼 있다는 해석이 많았다. 그러나 즉각 처형, 즉각 공개라는 전례 없는 폭압정치는 역으로 반대세력이 상당히 퍼져 있다는 불안정성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토마스 셰퍼 북한 주재 독일 대사가 "장성택의 실각을 김정은 권력의 강화로 보는 것은 오판"이라며 "권력 입지가 매우 좁은 김정은이 군부에게 장성택 축출을 강요당했을 것"이라고 한 발언은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장성택의 추종세력이 당ㆍ정ㆍ군에서 수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점에서 피의 광풍이 어디까지 몰아칠지 짐작하기 어렵다. 군부가 장성택의 빈 자리를 대체하리라는 것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장성택이 미국과 괴뢰역적 패당에 편승했다"는 보도에서 보듯 남북ㆍ북미 관계가 냉각될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지극히 엄중한 상황임을 직시하고 만반의 준비에 소홀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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