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에서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50대 주민이 자살을 기도했다. 같은 이유로 농약을 마신 70대 주민이 숨진 지 일주일 만이다.
13일 밀양 765kV송전탑 반대대책위에 따르면 이날 오후 단장면 동화전마을에 사는 권모(56ㆍ여)씨가 96번 송전탑 공사 현장 인근에서 다량의 수면제와 술을 먹고 쓰러졌다. 권씨는 오후 2시13분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수면제를 먹었다"고 알렸고, 이 소식을 들은 대책위 측이 119에 신고했다.
권씨는 이날 오후 4시쯤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발견 당시 현장에는 권씨가 쓴 유서 2장이 발견됐다. 권씨는 한동안 위 세척을 거부하면서 "나 하나 죽어 송전탑을 막는다면 죽겠다"고 오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의 설득으로 응급조치를 받은 권씨는 오후 5시쯤 종합병원으로 옮겨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권씨는 이날 오전 11시쯤 공사 현장으로 들어가려다 주민등록증을 요구하며 사진을 찍는 경찰에게 강하게 항의한 뒤 인근에 있는 농성용 움막에 혼자 들어가 문을 잠갔다"며 "현장에서 발견된 약봉지로 볼 때 수면제 50~60알 가량을 먹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권씨 남편과 이웃 주민이 전화를 받자마자 급히 움막으로 달려갔는데 경찰이 신분증을 요구해 승강이하다 시간이 지체됐고,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자 겨우 현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비난했다. 대책위 측은 생명이 위급한 상황조차 외면한 경찰의 과잉 통제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2일 상동면 송전탑 건설 예정지 주민 유한숙(74)씨가 자신의 집 부엌에서 농약을 마신 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나 6일 끝내 숨졌다. 이후 고인의 분향소 설치를 놓고 주민들과 경찰이 충돌하는 등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밀양=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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