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용분야 투자활성화 대책으로 55세 이상 장년층의 파견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가뜩이나 노동법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있는 장년층을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아 심각한 빈곤화를 초래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현행 파견법은 비정규직의 무분별한 증가를 막기 위해 전문지식이나 기술 등이 필요한 32개 업종에 대해서만 예외적으로 파견을 허용하고 있다.
55세 이상은 이미 고령자 고용 촉진을 위해 기간제법과 파견법의 '2년 이상 근무 시 정규직 전환' 조항의 예외로 돼 있어, 2년 넘게 기간제나 파견으로 일해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 여기에 파견 업종까지 확대되면 장년층은 전 업종에서, 기간 제한도 없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되는 것이다. 파견 노동자는 파견업체와 원청업체 간의 계약 만료에 따라 언제든지 해고될 수 있어 고용불안이 심하고, 지난해 월 평균 임금(161만9,600원)이 정규직(245만9,600원)의 65.8%에 불과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55세 이상은 기간제법 등의 사각지대에 있을 뿐 아니라 국민연금 가입기간도 짧고 다른 사회안전망도 없는데, 아무 보호 장치 없이 열악한 파견으로 내몰리면 심각한 근로빈곤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 방침대로 된다면 대다수 사업장이 55세 이상 정규직을 정리해고한 후 파견으로 대체할 것"이라며 "특히 자녀 등록금 결혼자금 등으로 목돈이 많이 필요한 시기라 가정 경제가 파탄 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55세 이상에게만 이런 예외를 적용하는 것이 위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김기선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독일에서는 55세 이상을 5년 동안 기간제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법이 이들에게만 과도하게 불이익을 준다고 해서 위헌 판결이 났다"며 "이미 상당한 차별을 받고 있는 장년층에게 나이만을 이유로 또 다른 차별을 두는 것은 고용상 연령차별금지법에 위반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정부 계획은 장년층뿐 아니라 전체 노동자에게 파견을 전면 허용하려는 출발점"이라며 즉각적인 철회를 촉구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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