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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아빠…" 눈물·웃음 섞인 돌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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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 아빠…" 눈물·웃음 섞인 돌잔치

입력
2013.12.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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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걸어갈 모든 길목, 네가 바라보는 넓은 하늘, 너를 감싸는 청량한 바람 속에 우리 아빠들의 사랑이 늘 함께 할거야. 우리가 별이를 지키는 달님이 되어줄게."

13일 오후 서울 신수동 예수회센터에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지난 10월 생활고를 호소하며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수리기사 고 최종범(34)씨의 생후 12개월 된 딸 최별양의 첫 생일을 축하하는 '별이 빛나는 돌잔치'다. 고인과 한 직장에서 일했던 동료가 생일축하 편지를 읽어내려 가자 최씨의 부인 이미희(30)씨가 애써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품에 안은 딸이 천진하게 웃을 때마다 생전 끔찍하게 딸을 아꼈던 '딸바보' 남편의 부재가 사무치는 듯했다.

남편의 죽음에 대한 삼성의 사과와 교섭을 요구하며 삼성 본관 앞에서 노숙농성 중인 이씨는 남편의 장례식도 못 치렀는데 잔치가 웬 말이냐며 돌잔치를 사양했다. 준비할 경황도 없었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이 하나 둘 재능기부로 준비를 거들면서 돌잔치는 기적처럼 성대히 열렸다. 예수회 신부님들이 제공한 강당은 자원봉사자들이 손수 제작한 장식물로 꾸몄다. 사나운 복숭아, 소리지기 등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고 '최소한의 변화를 위한 사진가 모임' 작가들은 최양을 향해 분주하게 셔터를 눌렀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 감독들은 1시간 30여분 동안의 현장의 웃음과 눈물을 영상에 담았다. 수용 인원 200여명을 넘겨 350여명의 시민들이 최양의 첫 돌을 축하하러 이 곳을 찾았다.

돌잔치가 끝나고 다시 농성장으로 향하던 이씨는 "남편이 별이를 버리고 간 게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그랬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씩씩하게 버티겠다"고 말했다.

글ㆍ사진=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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