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장성택 처형 소식에 겉으로는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북한 체제의 불안과 북중관계의 악화를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의 죄목 중 지하자원과 토지를 팔아 넘긴 '매국 행위'의 대상국이 중국이란 점에서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훙레이(洪磊)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장성택 사형 집행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관련해 "북한 내부의 일"이라고 선을 그으면서 "이웃국가로서 북한이 국가안정, 인민행복, 경제발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훙 대변인은 북중 경협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북중 무역은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것으로 계속 발전시킬 것이며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류장융(劉江永) 칭화(淸華)대 현대국제관계연구원 교수는 "장성택 처형이 북중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특구 설치와 경제 개발도 북한의 내부 필요에 의한 것인 만큼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영 신화통신이 이날 오전 5시10분부터 사형 집행 소식과 관련 사진을 속보로 전한 데서 알 수 있듯 중국 역시 이번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그 동안 북중 경협을 주도해 온 장성택이 정변을 기도했다는 이유로 처형됐다는 점에 충격을 감추지 못하면서 중국으로 불똥이 튈 가능성을 우려했다. 실제로 북한이 발표한 장성택의 죄목 가운데 '석탄을 비롯한 귀중한 지하자원과 지난 5월 나선경제무역지대의 토지를 50년 기한으로 외국에 말아먹은 매국행위'의 대상국이 중국인만큼 경우에 따라 기존 계약이 무효화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이 장성택이 권력을 탈취한 뒤 '외부세계'에 개혁가로 인식된 것을 이용해 '외국'의 인정을 받으려 했다는 대목이 공개된 것도 중국으로서는 곤혹스런 대목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외국도 사실상 중국을 가리킨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결국 장성택의 반당적ㆍ반국가적ㆍ반인민적 죄악은 중국과 연결되는 부분이 적지 않다.
중국인들은 공포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였다. 일부 네티즌은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에 "독재정치 강권통치 국가에나 있을 법한 무서운 일이 벌어졌다"며 "이런 국가가 중국의 우방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중국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글도 올라왔다. 이날 북한과 중국의 접경 지역에서 특이한 동향은 감지되지 않았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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