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에 대한 미국사회의 인식과 처분은 놀라울 정도로 단호하다. 초등학교 1학년 남자 어린이(6세)가 최근 음악시간에 같은 반 여학생 뺨에 뽀뽀를 했다. 그러자 학교는 남학생을 즉각 정학시키고, 징계사유까지 '성희롱'으로 기록하려고 했다. 학교는 이전부터 가해 남학생이 여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혔다(bothering)'며 엄벌을 추진한 것이다. 다행히 과잉징계 여론이 일어 징계사유만은 '비행'으로 바꿨지만, 미국이 성범죄에 얼마나 엄격한지를 새삼 보여줬다.
■ 반면 우리나라의 성범죄 처벌은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여론이 많다. 특히 대부분 선진국들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벌하는 미성년 대상 성범죄에 대해서조차 그렇다. 2008년 조두순은 초등학생인 나영이(가명)를 신체 일부가 훼손될 정도로 참혹하게 성폭행했다. 나영이가 겪었을 그 가혹한 순간과 평생 잊혀지지 않을 상처에 전 국민이 치를 떨었다. 하지만 법원은 범행 당시 조두순이 '술에 취해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형량을 징역 12년으로 낮췄다.
■ 조두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에 비판여론이 들끓으면서 2010년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아청법)'이 개정돼 음주에 따른 심신미약은 감형에서조차 제외되게 됐다. 하지만 미성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작량 감경은 그 후에도 이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아동ㆍ청소년 대상 강간죄에 대한 집행유예 비율은 전체 기소사건의 42%나 됐다. 지난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 448명의 평균 형량도 3.84년에 그쳤다.
■ 사정이 이렇다 보니, 최근 정부 조사에서는 아동ㆍ청소년 성폭력 근절을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 '처벌 강화'를 꼽은 국민이 49.9%에 이를 정도가 됐다. 국회에도 의원 발의로 16세 미만 아동ㆍ청소년 강간범에 대한 집행유예 처분이 어렵도록 법정 최저형량을 7년 이상 유기징역으로 높이는 '아청법' 개정안이 제출된 상태다. 하지만 법사위 소속 의원 다수는 최저형량 강화가 '판사의 양형 재량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처리에 소극적이라고 하니, 대체 판사의 양형 재량권이란 게 뭔가 싶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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