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린'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익숙한 한화건설은 내년에 주택과 오피스텔 분양이 없다. 2001년 주택사업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자 대형 건설회사 중 첫 사례다. 주택경기 회복이 불투명해 신규사업 확대보다는 미분양 판매에 주력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선회했기 때문.
이런 흐름에 맞춰 올해 초에는 주택영업본부 명칭에서 아예 '주택'을 빼고 개발사업본부로 바꿨다. 실제 분양 실적은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한화건설의 분양실적(1조640억원)은 부동산경기가 최고조였던 2007년(3조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국내 주택사업의 전망이 어둡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라고 했다. 한화건설은 지난해 총 매출액 3조5,515억원으로 업계 10위다.
정부가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부동산경기 침체 만성화에 시달리는 건설회사들은 내년엔 아파트를 안 짓거나 덜 짓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1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업체는 내년 사업계획을 짜면서 대부분 분양 물량을 줄이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택사업 비중이 50%로 주력인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7,965가구)보다 1,000가구 이상 감소한 6,808가구를 공급하기로 잠정 확정했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서 발생한 금융비용 등으로 2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실적이 좋지 않았던 데다 불투명한 주택경기 침체를 감안해 내린 결정이다.
올해 5,057가구를 분양했던 SK건설은 내년엔 3분의 1 수준(1,644가구)으로 감축한다. SK건설은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3,148억이다. 저가 수주에 따른 해외 영업손실까지 막대했던 GS건설은 물량 감소 폭을 두고 검토 중이다. 보통 1월에 나오는 사업계획이 처음으로 2월로 넘어갈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반면 실적이 양호했던 회사는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은 평년 수준인 1만5,000~2만호, 포스코건설은 올해와 비슷한 6,700여가구 분양을 예상하고 있다. 대형건설회사 관계자는 "부동산경기 악화로 내년은 물론이고 향후에도 분양 물량이 갈수록 줄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국내 주택사업이 어렵다 보니 업체들은 저마다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건설사별로 수주가 전무했던 신규시장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이달 초 동티모르에서 3억5,000만달러 시멘트공장을 수주했고, 대림산업은 지난달 말 오만에서 21억만달러(지분 50%) 정유플랜트를 따냈다. 두 회사 모두 새롭게 개척한 시장이다. 주택시장에서 건실한 실적을 올렸던 대우건설도 전후 사회간접자본 발주 물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라크시장에 올해 진출해 2건을 수주(14억달러)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시장과 공공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고 외국에서의 수주 경쟁도 치열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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