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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후 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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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길고양이' 중성화수술 후 또 논란

입력
2013.12.12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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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74동의 일부 주민들이 지하실 출입을 막아 그곳에 살던 길고양이들이 겨우내 갇히거나 당장 내쫓기게 됐다. 고양이가 수도관 보호대를 뜯는 등 시설에 손상을 주는데다 주민들이 고양이를 싫어한다는 게 출입문을 잠근 이유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주민들에 따르면 11일 오후 74동 지하실 출입문 6개가 모두 닫혔다. 앞서 7일 열린 임시 동 대표회의의 결정이었다. 12일 오후에도 이 아파트 지하실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문을 열고 지하실에 들어가니 귀 끝이 1㎝ 잘린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수도관 사이로 잽싸게 숨었다. 잘린 귀는 중성화수술(TNR)을 받은 표식. 현재 이 동엔 TNR을 받은 고양이 10여 마리가 산다.

지난해 말 고양이가 싫다는 몇몇 주민들에 의해 지하실 문이 잠긴 뒤 올해 6월 10여 마리의 고양이 사체가 발견되자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자원봉사자)' 등이 강남구에 건의, 74동 지하실에 사는 고양이 19마리에 TNR을 했다. 과도한 번식을 막는 대신, 고양이들을 이 곳에서 그냥 살게 하자는 취지였다. 구는 서울시와 함께 1마리당 14만9,000원의 수술비를 댔다.

이런 조치에도 일부 주민들은 지하실 문을 닫겠다는 뜻을 고수하고 있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시끄럽고, 곳곳의 배설물로 냄새가 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축산검역본부 등에 따르면 TNR을 받은 고양이는 발정기가 없어 울음도 줄고, 영역표시 욕구도 떨어져 여기저기 소변을 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후 경비원들은 "다른 동으로 지하가 연결돼 있어 고양이가 갇힌다는 건 억지다. 동파 우려로 문을 열어둘 수 없다"며 고양이 몰아내기 작업에 나섰다. 이에 일부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졌다.

한 주민(61)은 "지하 연결통로 문이 닫혀 고양이가 이동할 수 없으며, 이는 구청 직원들도 확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동파가 우려된다면 지하 출입문만 막으면 될 텐데 올해 6월 문에 뚫어놓은 고양이 구멍까지 막아버렸다"며 "다른 동 지하에도 고양이가 사는데 유독 이 동만 쫓아내려 한다"고 성토했다.

정모(27ㆍ여)씨는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갑자기 사는 곳을 바꾸면 잘 적응하지 못한다"면서 "TNR로 자궁을 들어내 몸도 가누기 힘든 암컷들까지 혹한에 쫓아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강남구는 최근 동 대표회의에 '고양이는 법적 보호동물'이라는 내용의 공문을 전하고 주민들끼리 타협하기만 기다리고 있다. 구청 관계자는 "다만 고양이가 갇혀 동물학대로 판단되면 행정조치를 하겠다"고 말했다.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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