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로맨틱 가이다. 낮은 목소리로 조리 있게 자신의 의사를 전하는 말투엔 언제나 세심함과 배려가 깃들어 있다. 훤칠하고 다부진 몸을 지니고 있어도 달달한 로맨스나 코미디가 공유(34)에게 더 잘 어울리는 이유일 것이다.
그런 그가 액션영화에 첫 출연했다. 제목은 '용의자'(24일 개봉). 북한의 1급 특수요원이었다가 남한에 망명한 지동철이란 인물에 도전한다.
지동철은 남북 대치 상황을 이용해 부와 지위를 얻으려는 남한의 한 요원 때문에 가족을 잃는다. 그는 오로지 복수심에 불타 상영 시간 137분 내내 스크린을 온몸으로 질주한다. '용의자'는 액션의, 액션에 의한, 액션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하지 않다. 박희순 조성하 등 중량감 있는 남자 배우들이 호흡을 맞추나 무게 중심은 오롯이 공유의 몫이다. 치열한 전장에서 막 생환한 듯한 그를 11일 오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동철은 몸으로 감정을 드러내는 역할이다. 동철의 눈빛과 몸에서 관객들이 처연함을 느꼈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시작했다.
첫 액션 영화지만 "단순히 액션을 하고 싶고 연기 변신을 하고 싶어 '용의자'를 택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외려 "처음엔 출연 제의를 거절했다"고 전했다. "제작비가 많이 들어가는 영화를 끌고 나갈 수 있을까 하는 부담"도 있었고, "액션이란 장르를 정해놓고 출연하는 듯한 모습이 싫었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좋아하거나 앞으로 해야 될 장르를 국한 짓고 싶지 않다. 제가 영화를 택할 땐 이야기가 기준"이라고 덧붙였다.
'용의자'는 현재 충무로가 구현할 수 있는 모든 액션을 진열한다. 동철이 지붕을 내달리거나 건물 옥상과 옥상을 건너 뛰며 도주하는 장면은 약과다. 계단을 내달리던 자동차가 뒤집히거나 자동차 한 대가 여러 대의 경찰차들을 반파하는 장면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스크린을 채운다. 무술감독 출신 원신연('구타 유발자' '세븐 데이즈') 감독이 재능을 한껏 발산했다. 9개월 동안 현장에서 액션에 생동감을 부여해야 했던 배우로선 쉽지 않았을 텐데 공유는 고생담보다는 미담을 전하듯 현장을 회고했다.
"감독님이 액션을 잘 알수록 배우가 겪는 육체적 고통도 커지는 듯해요. 그래도 웃으면서 할 수 밖에 없었어요. 원 감독님 머리 속에 액션에 대한 그림이 제대로 그려져 있어서 저는 그냥 몸을 맡길 수 밖에 없었어요."
공유는 가장 힘들었으면서도 인상적인 장면으로 동철이 교수형 당하는 모습을 꼽았다. 교수대에 매달린 동철이 어깨를 탈골시켜 위기를 벗어나는 극적인 장면. 공유의 상체 잔 근육 하나하나가 꿈틀거리며 고통과 분노와 생에 대한 의지로 몸부림치는 동철의 절박한 상황을 세묘한다. 그는 "줄이 목을 조여오고 격한 감정으로 호흡도 곤란해 정신이 희미해지는 느낌을 매번 경험하며 반복 촬영했다"고 말했다. "제 열정과 오기를 다 태운 장면"이라고도 했다.
2001년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그린 드라마 '학교 4'로 데뷔한 그도 30대 중반에 이르렀다. 실주름이 조금씩 신경 쓰일 나이인데 그는 "지금이 20대 때보다 더 좋다"고 말했다. "배우가 자연스럽게 나이가 들면서 얻은 연륜을 관객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게 큰 행복"이라는 말도 했다. "송강호 선배는 같은 남자가 봐도 해가 갈수록 점점 더 섹시해져요. 저도 저 나이 때 저럴 수 있을까 생각하면 마냥 부럽기만 해요."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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