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여성의 끊어진 난관(나팔관ㆍ난소에서 나온 난자가 자궁으로 들어가는 통로)을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뱃속을 보는 내시경 기구인 복강경이 드나들기 위해 복부에 상처를 서너 군데 내는 난관복원술은 국내외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상처가 배꼽 속 한 군데만 남는 단일공 복강경 난관복원술은 이번이 세계에서 처음이다.
미래드림여성병원과 신여성병원, 린여성병원 공동의료진은 "피임을 위해 묶었던(난관결찰술) 30대 여성의 난관 한쪽을 단일공 복강경 수술로 다시 이은 다음 임신 성공까지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수술은 총 67분이 걸렸다. 의료진은 이번 사례를 미국복강경학회지 11/12월호에 발표했다.
배를 가르는(개복) 대신 복부에 작은 구멍들을 뚫고 내시경 기구들을 집어넣어 난관을 이어주는 복강경 난관복원술은 국내에선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됐다. 지름이 1㎜ 정도인 가느다란 난관을 이어 붙이려면 머리카락 10분의 1 굵기밖에 안 되는 실(봉합사)을 이용해 바늘을 여러 개 넣어 미세하게 조작해야 한다. 이 섬세한 동작을 환자의 몸 밖에서 모니터만 보며 진행하는 난관복원술은 복강경 수술 중에서도 특히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
그런데 복강경을 뱃속으로 넣을 때 구멍을 서너 군데 뚫어야 하는 기존 방식은 다시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에게 부담이 돼왔던 게 사실이다. 개복 방식보다는 덜하지만 수술 후 배 여러 곳에 흉터가 남게 되기 때문에 난관복원 수술 받기를 망설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최근 일부 대학병원에서 의료용 로봇을 이용해 난관복원술을 시도하기도 했지만, 너무 비싸 활성화하지는 못했다.
이번 단일공 복강경 난관복원술을 집도한 미래드림여성병원 김정환 원장은 "난관 복원을 원하는 여성들이 수술에 대한 부담이나 흉터 걱정 등 때문에 너무나 쉽게 시험관아기 시술을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일공 복강경 난관복원술은 호르몬 약물 과자극증 같은 시험관아기 합병증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난관에 물이 차거나(난관수종) 골반 조직 일부가 달라붙는(골반유착) 등의 이유로 자연임신을 포기하려는 여성들도 단일공 복강경 수술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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