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국방부 조사본부가 사이버사 심리전단 요원들이 심리전단장의 지시로 조직적으로 개입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정치관여 책임을 물어 심리전단장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방부 장관이나 사이버사령관 등 군 수뇌부의 개입 정황은 확인하지 못했고, 국가정보원과의 연계 의혹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까지 알려진 국방부 조사 내용을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국방부는 심리전단장 윗선의 개입과 지시는 없었다고 하지만 현역도 아닌 군무원 신분의 심리전단장이 독자적으로 이런 엄청난 일을 벌였다고 믿기 힘들다. 적어도 부대 책임자에게는 보고했으리라고 보는 게 상식이다. 지난 국정감사와 대정부질문에서 심리전단의 활동이 사령관에게 매일 보고됐고, 특수정보 형식으로 국방부 장관에게도 보고됐다는 내부 진술이 공개된 바 있다. 국방부가 중간관리자 선에서 적당히 꼬리를 자르고 끝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국정원과의 연계 의혹을 밝혀내지 못했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 사이버사가 국정원으로부터 상당액의 활동자금을 받고 있는데다 두 기관의 요원들이 대선개입 글을 작성하고 전파한 방법이 유사하다는 점 등으로 해서 진작부터 연계 의혹이 무성했다. 물적ㆍ인적으로 긴밀하게 연결된 두 국가기관이 활동 내용과 방법, 시기까지 겹친다면 의심이 가는 게 당연하다. 국정원에 대한 수사를 할 수 없는 군 수사기관으로서는 원천적으로 국정원과 사이버사 합작 공작의 전모를 밝혀내기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군 수사기관이 얼마나 의지를 갖고 수사를 했는지, 수박 겉핥기 식 수사로 면죄부만 주는 건 아닌지 의문이다.
여야 정치권도 수사결과를 지켜본 뒤 미진하면 특검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군이 전례 없는 특검 등 불명예에서 벗어나려면 납득할 만한 수사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다음 주로 예정된 수사결과 발표까지 남은 기간에 군의 명예와 자존심이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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