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IT기업 애플의 하청업체 페가트론에서 최근 미성년자를 포함한 근로자 4명이 숨졌다.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물의를 일으킨 대만계 기업 팍스콘에 이어 애플의 하청업체 관리 실태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대만에 본사를 둔 페가트론은 11일 중국 상하이(上海) 공장에서 일하던 4명이 최근 질병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10월 숨진 15세 소년 시자오쿤을 포함해 이 공장 근로자들이 잇따라 사망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페가트론과 애플은 그러나 이들의 죽음이 근로 조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했다.
WSJ에 따르면 시자오쿤은 9월 페가트론 상하이 공장에 취직한 지 한 달 만에 폐렴으로 숨졌다. 그는 취업 당시 회사의 건강검진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 그의 부모는 "아들이 감기에 걸렸다고 전화해 집으로 돌아오라고 했지만 월급 받을 때까지 일하겠다고 말했다"며 "아들은 하루 12시간씩 교대로 일했다"고 말했다. 회사측은 9만위안(1,556만원)의 보상금을 제시했지만 유족들은 액수가 적다며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찰스 린 페가트론 최고재무책임자는 "현장에 의료진을 배치했지만 근로자 수만명의 건강 상태를 일일이 점검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해명했다. 중국의 법정 노동가능연령(16세 이상)에 미달하는 미성년자를 취업시킨 것에 대해 페가트론은 "시자오쿤이 가짜 신분증을 제시하며 20세라고 주장했다"며 본인 책임으로 돌렸다. 애플은 이에 대한 언급을 거절했다.
애플의 최신 저가형 휴대전화 모델 아이폰5C 생산을 맡고 있는 페가트론은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비난받아왔다. 7월 미국 인권단체 차이나레이버워치는 "페가트론 공장이 국제법과 중국 법령은 물론 애플이 정한 근로기준도 위반하고 있다"며 미성년자 고용, 불법 초과근무, 저임금 등을 지적했다. 소니, 아수스 등 다른 IT기업에서도 일감을 받고 있는 페가트론은 올해 상하이 공장에서 기숙사 4동을 신설하면서 근로자를 10만명으로 늘렸고 이 과정에서 근로 여건이 악화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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