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차기 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박종근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이 돌연 사퇴했다. 평의원회 운영위원회에 강성으로 분류되는 교수들이 참여하게 돼 이사회와 마찰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대 평의원회 의장 박종근 전기공학부 교수는 12일 오전 열린 평의원회 비상총회에서 의장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박 의장은 "서울대가 법인으로 전환된 후 내부 교직원들의 대표성을 띠는 평의원회의 존재감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며 "차기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 구성 방안에 대한 평의원회 의견을 이사회에 관철시키지 못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평의원회가 법인화 후 심의 기관으로 권한이 약화되고, 총장 선출 방식 결정에 학내 구성원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하게 된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평의원회는 9월부터 30명으로 구성된 총추위에서 이사회의 추천인 수를 놓고 이사회와 논의를 진행해 왔다. 규정상 이사회는 10명 이내의 추천인을 낼 수 있다. 교수협의회는 법인화 후 이사회 권한이 너무 강해 이사회의 추천인을 1명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 갈등을 빚어 왔고, 평의원회는 양측의 의견을 절충하려고 시도했지만 이사회에서 거부당했다. 이런 상황에서 차기 총장 선출방식을 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박 의장이 스스로 차기 총장 선거에 출마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본보 12월 3일자 보도)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부담을 느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내년 1월 말까지 총장 선출방식을 결정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선장을 잃은 평의원회는 즉시 비상체제에 돌입했다. 평의원회 규정상 정근식 부의장이 직무대행을 맡고, 학교 구성원들의 폭넓은 의견 수렴을 위해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상임의장 백도명 예방의학과 교수, 국양 물리천문학부 교수, 황인규 농생명공학부 교수 등 3명을 운영위원으로 추가했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이들 세 교수는 이사회의 권한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강경파"라며 "총장 선출 방식을 놓고 이사회와의 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평의원회 관계자는 "규정상 의장 궐석 시 한 달 안에 새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며 "총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만큼 빠르면 2주 안에라도 새 의장을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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