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샘 해밍턴(가상인물)씨는 편의점 아르바이트 임금 175만원을 못 받아 업주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 반면 편의점 사장은 해밍턴씨가 냉동실 관리를 잘못해 편의점에 200만원의 손해를 끼쳤고, 시간제 취업허가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을 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맞서는 상황.
12일 한양대와 서울대에 다니는 외국인 유학생 15명이 서울동부지법에 모여 이들이 겪을 수도 있는 가상 사례를 놓고 치열한 법리공방을 펼쳤다. 유학생들은 편의점 사장이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사건의 판사 검사 피고인 배심원 역할을 모두 맡았다. 배심원 평의가 시작되자 유학생들은 ▦불법 아르바이트를 한 외국인 유학생이 한국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는지 ▦노동자가 고용주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근로자에 대한 손해배상 채권으로 임금을 공제할 수 있는지 ▦외국인 유학생도 최저임금제의 적용을 받는지 등을 논의했다.
중국인 장웨이웨이(23ㆍ여ㆍ한양대 신문방송학3)씨는 "외국인도 한국에 와서 한국 법을 지키는 만큼, 한국 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며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서도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제를 적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한동(25ㆍ중국ㆍ한양대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씨는 "일단 임금을 주고, 이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면 되는 만큼 임금과 손해배상 채권은 별개"라고 지적했다. 아제르바이잔 출신 니핫(21ㆍ한양대 컴퓨터공학2)씨는 "200만원을 물어 줄 테니 아르바이트 하느라 F학점을 받아 잃게 된 학비 400만원을 돌려달라"고 말해 법정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실제 현행법과 대법원 판례는 불법 아르바이트를 한 외국인도 한국에서 근로기준법 및 최저임금제를 적용 받으며, 손해배상 채권으로 임금을 공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어 유학생들의 지적은 타당했다. 재판부는 편의점 사장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해달라는 배심원단의 의견을 전달받은 뒤 합의를 거쳐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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