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개헌에 따른 다수제 민주주의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2020년까지 합의제 민주주의를 도입하자."
체제 개혁에 관심을 갖고 있는 지식인들은 요즘"절차적 민주주의에서도 한계를 보이는 87년 체제를 종언시키자"면서 '2020년 체제'를 새로운 화두로 제시하고 있다. 2012년 대선 전까지는 '2013년 체제' 개막을 주장했으나 야권의 대선 패배 이후에는 목표 시기를 조정했다.
협동조합형 정책연구원으로 출발한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원장ㆍ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11일 서울 이화여대 이화ㆍSK텔레콤관에서 '한국 민주주의 새판 짜기-합의제 민주주의를 향하여'를 주제로 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학자, 정치인, 시민운동가 등이 참여한 이날 심포지엄은 3개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발제자들은 87년 체제를 다수제 민주주의로 규정했다. 미국과 영국처럼 양당 제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 독과점 정당의 행정부 구성, 행정부 우위 등을 특징으로 하는 다수제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바람에 실질적(사회경제적) 민주주의가 미성숙하고 절차적 민주주의도 완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비례대표제 대폭 확대, 다당제, 연립정부, 입법부-행정부의 균형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제 민주주의를 대안으로 내놓았다. 독일과 같은 합의제 민주주의가 정착돼야 복지국가, 경제민주화, 한반도 평화체제를 성공시킬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대체로 내각제나 분권형 대통령제를 선호한다.
첫째 세션 발제자인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는 "합의제 민주주의 체제의 출발점은 비례대표제를 대폭 확대하는 것"이라며 "제2의 민주화운동을 통해 2020년 체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2017년 대선에서 유력 대선주자가 합의제 민주주의 전환 공약 ▲2018년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2019년 분권형 대통령제로 개편 ▲2020년 총선 후 의회에서 연립내각 구성 등의 시나리오를 거론했다.
제2세션 발제자인 선학태 전남대 교수는 "한국의 정치제도는 승자독식 방식이어서 정치적 양극화를 낳고 있다"면서 "좌우 이념블록을 초월한 연합정치를 실현하려면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의했다. 제3세션에서 김종철 연세대 교수는 "다원적 민주주의 토대를 강화하고 연정이 일상화하는 합의제 민주주의로 전환해야 민주주의 위기를 정면으로 돌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토론에 나선 정동영 민주당 상임고문은 "모든 길은 정치로 통한다"면서 "한반도에서 평화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도 1987년 체제를 바꾸기 위한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원희룡 전 새누리당 사무총장은 "진보 진영이 의석을 더 얻기 위해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정권교체를 이룰 정도로 힘을 강화하고 기득권을 양보하는 자세로 제도 개혁을 거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요즘 국회의원, 민생, 정치가 실종됐다"면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적 다원주의와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 합의제 민주주의로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제도 개혁만으론 정치가 바뀌지 않으므로 정당의 공천 과정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무소속 의원도 이날 축사를 통해 정치 개혁을 위한 지식협동조합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광덕 선임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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