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되어가지만 여야는 아직도 대선 후보였던 박근혜 대통령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싸움이 그치질 않는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야당의 요구를 경청하고 포용하는 승자의 자세가 부족하고, 민주당은 정부 정통성을 흔드는 발언으로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자세를 보이는 게 '대선 연장전'이 계속되는 원인이다.
지난해 12월 11일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의 단초가 된 국가정보원 여직원 댓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정확히 1년이 흐른 11일, 여야 지도부가 정조준해 비판한 대상은 여전히 박 대통령과 문 의원이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민주당 양승조 최고위원과 장하나 의원의 돌출발언 논란에 대해 "배후조종자로 지목되고 있는 문재인 의원은 이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강경세력은 계속 대선불복을 외치고 있고, 지도부는 개인의 일탈이라며 마지못해 유감 표명을 하는 것을 보면 민심 '간 보기'를 하는 할리우드 액션 의심이 짙게 든다"고 비꼬았다. 문 의원을 중심으로 한 민주당 내 친노진영이 정치적 재기를 노리기 위해 일부 야권 지지층의 '대선불복' 심리를 활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드러낸 것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이 전날 양 최고위원과 장 의원에 대해 국회 윤리위원회에 징계안을 제출한 것에 대해 "동료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현실성 없는 제명과 징계를 주장하는 모습은 대통령에 대한 과잉 충성을 증명하려는 새누리당의 초라한 위상을 증명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과도한 대응은 결국 '박근혜 대통령 눈치보기'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다.
이처럼 정치권이 국면 전환을 하지 못하고 여전히 대선에 묶여 이전투구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도 나아질 기미는 없다. 대선 문제를 풀고 갈 열쇠인 특검 도입을 둘러싼 여야의 논란이 상당기간 계속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양쪽 모두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기싸움 성격이 강해 대선 연장전이 쉽사리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유성진 이화여대 스크랜트학부(정치학) 교수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 업무 중단) 위기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 소속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자주 만나고 소통하면서 위기국면 해소의 계기를 마련했다"며 "파행 정국의 최종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만큼 박 대통령이 고착화한 여야 대립을 해소하고 국민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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