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가 없앤 청주읍성이 100년 만에 옛 모습을 되찾았다.
충북 청주시는 11일 오후 청주 중앙공원 서쪽 출입구에서 시단단체 회원,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청주읍성 복원 준공식을 가졌다.
복원된 성벽은 중앙공원 서쪽 출입구에서 청주 YMCA에 이르는 35m구간. 2011년 시가 (재)충북도문화재연구원에 의뢰해 발굴조사를 거쳐 성벽 위치와 폭이 확인된 곳이다.
성벽은 전문가의 고증을 통해 원래 지반이었던 지하 1.2m에서 시작해 지상 3.6m까지 총 4.8m로 축조했다. 폭 1.5m의 성벽 윗길은 진흙과 소석회, 마사토를 섞어 흙다짐해 조선시대 청주읍성과 가장 흡사한 모습으로 되살렸다.
청주읍성 복원 사업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본격화했다.
읍성 복원 계획이 알려지자 청주문화원, 문화사랑모임 등 청주지역 4개 시민단체는 지난 3월 운동본부를 꾸리고 청주읍성 성돌모으기 시민 운동을 벌였다. 일제시대 때 읍성 해체 과정에서 상당수의 성돌이 유출된 사실이 발굴작업 과정에서 확인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내 곳곳에서 건물 기초석 등으로 쓰인 성돌이 나왔다.
성돌 답사, 성돌 사진전 등 다양한 행사가 이어지며 성돌모으기 시민 운동은 들불처럼 번져갔다. 대한불교수도원, 지역문화단체와 일반 시민들이 650여개의 성돌을 기증했고, 이 돌은 복원공사에 그대로 쓰였다.
청주읍성은 신라시대 서원경이 설치되면서 축조돼 1,300여년 동안 정치ㆍ행정ㆍ군사ㆍ경제ㆍ문화의 중심지로 역할을 해왔다. 첫 축조 기록이 남아있지는 않지만 조선 성종때 기록을 보면 1,783m의 길이에 사대문을 두고 위용을 뽐냈다. 그러나 일제가 1911년 도시정비 사업을 빌미로 무너뜨리기 시작, 3년 만에 흔적조차 없이 해체되고 말았다. 당시 일제는 성돌로 하수구 축대를 쌓고, 도로를 내는데 사용했다. 지역에서는 청주읍성 복원 여론이 꾸준히 확산되면서 1990년대부터 읍성에 대한 학계ㆍ문화예술계의 연구와 발굴 조사가 본격화했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했던 읍성의 전체 복원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청주시는 가능한 서벽 일부 구간을 이번에 복원했다.
한편 이날 준공식에서 청주시는 성돌모으기 시민운동을 주도한 운동본부 류귀현 본부장 등 시민 대표 6명에게 조선시대 교지형태의 감사장을 전달했다.
또 단청장, 궁시장, 배첩장 등 지방무형문화재 장인들이 원형 복원한 충청도병마절도사명기 등 5개의 깃발을 읍성에 게양했다.
이관동 청주시 문화재담당은 "청주읍성 복원은 단순히 역사속으로 사라진 유물을 되살린 것만이 아니라 단절된 청주역사의 정체성을 회복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