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췌장암으로 3개월 밖에 못 산단다. 죽기 전 너희들이랑 쌓였던 악감정 풀고 싶으니 집으로 와라."
강모(37), 최모(35)씨 등 두 여인은 전화를 받고 서울 신림동 김모(58)씨 집을 찾았다. 김씨는 2010년 이자를 제때 주지 않는다며 이들을 감금하고 폭행한 죄로 2년 6개월간 형을 살고 나왔다. 김씨를 피해온 이들은 시한부라는 말에 백합까지 사 들고 방문했다.
하지만 이들이 집 안에 들어서자 김씨는 돌변했다. 도망가지 못하게 족쇄와 수갑을 채웠다. 강씨가 112에 전화를 걸어 주머니에 넣었지만 이를 눈치챈 김씨는 전화를 뺏어 전원을 꺼버렸다. 김씨는 다이너마이트와 수류탄, 권총, 도검 등으로 위협하고 전기충격기로 이들을 고문했다. 돈도 갚지 않고 자신을 신고해 실형을 살게 했다는 이유였다. 두 여성은 5시간 만에 지불 각서를 쓰고 풀려났다.
이들은 김씨의 집에서 나오자마자 112에 재차 전화해 신고를 받고 인근을 수색하던 경찰을 만났다. 자초지종을 들은 경찰은 같은 수법의 전과 사실을 확인했고 바로 김씨를 검거했다. 강씨 등을 떨게 했던 다이너마이트, 수류탄은 모형이었고 권총도 BB탄을 사용하는 장난감이었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1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범죄)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조사결과 김씨는 지난 달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고 용종 4개를 떼냈을 뿐 암 진단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우웬춘 사건이 떠올라 신고자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마지막 통화 위치 인근을 순찰 중이어서 빨리 검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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