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적인 장딴지 부상 탓에 3년여 부진의 늪에 빠져있던 케네니사 베켈레(31ㆍ에티오피아)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기지개를 켜고 있다. 베켈레는 지난 9월 영국 뉴캐슬에서 열린 제33회 그레이트 노스런 하프마라톤에서 런던 올림픽 5,000m와 1만m 2관왕 모하메드 파라(30ㆍ영국)를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한바 있다. 그레이트 노스런 대회는 베켈레와 파라의 하프마라톤 데뷔전이었다. 2년 동안 불패의 레이스를 자랑하던 파라는 베켈레에게 첫 패배를 당한 셈이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지난 7일 홈페이지에 베켈레의 근황을 소개하면서 베켈레가 내년 시즌 풀코스 마라톤을 정조준하고 있다며 매니저 조스 허멘스가 데뷔 계획을 짜느라 여념이 없다라고 보도했다.
'중장거리 황제' 베켈레의 몸값을 감당할만한 대회로는 런던마라톤이 유력하다. 베켈레는 "당연히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는 경기를 위해 출전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2시간 3분, 5분, 6분대에 결승선을 통과 하겠다라고 콕 집어 말할 수는 없다"고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완주를 목표로 최선의 몸 상태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해야 할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장딴지 부상에도 베켈레는 5,000m와 1만m 세계기록을 경신할 때보다 더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베켈레가 몸을 풀고 있는 곳은 에티오피아 술루타 휴양지와 센다파 지역이다. 술루타 호텔에는 400m 육상트랙이 완비돼 있고, 해발 2,700m에 위치한 센다파는 수도 아디스아바바에서 북쪽으로 38㎞지점에 있어 도심 근접성이 뛰어나다.
베켈레는 풀코스 데뷔를 위해 매주 시간주(정해진 시간 동안 훈련) 3시간을 포함해 비지땀을 쏟고 있다. 훈련 파트너는 런던올림픽 1만m 동메달 리스트인 친동생 타리쿠 베켈레(26)다.
베켈레와 파라의 리턴매치도 관심이다. 베켈레가 런던마라톤 조직위원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파라의 출전 가능성도 한층 높아진다. 마라톤 신예들의 '세기의 대결'이 내년 4월열릴지 세계 육상계가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베켈레는 "언제, 어느 대회를 통해 데뷔할지 아직 모른다. 당연히 나의 과거 기록을 존중해 합당한 몸값도 받아야 한다. 적은 돈을 받기 위해 뼈가 금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큰소리로 웃었다. 베켈레는 또 "런던(마라톤) 대회를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런던은 기록이 무척 잘나오는 코스로 2시간5분대에 결승선을 통과해도 (우승이)쉽지 않다. 베를린과 로테르담, 두바이 대회 역시 기록이 매우 빠르다. 어디를 택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레이트 노스런 대회는 베켈레의 전술적인 기지(機智)가 번뜩인 한 판이었다. 그는 초반 6마일까지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40ㆍ에티오피아)와 파라에게 밀렸다. 겉으로 보기엔 이 순서대로 레이스가 끝날 것 같았다. 게브르셀라시에와 파라는 베켈레를 더 따돌리기 위해 속도는 높였지만 이는 베켈레가 원하는 바였다. 베켈레는 "나는 일부러 30m~50m 뒤처진 채 그들의 뒤를 쫓았다. 그들은 '베켈레가 지쳤다'고 생각했을 것이다"고 말했다. 베켈레는 이어 "5㎞를 남겨두고 따라 잡았을 때 그들은 매우 충격에 빠졌을 것이다. 그들은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두세 번, 파라는 이후 내내 내 상태를 체크했다"라며 "나는 이미 1마일을 남겨둔 지점에서 '작전'이 서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편 베켈레는 아디스아바바에 50개 룸을 가진 '케네니사 호텔'을 오픈 하면서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케네니사 호텔은 볼레 국제공항에서 5분 거리에 있다. 그는 마케팅을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입했다. 호텔 개장은 베켈레의 또 다른 오랜 꿈이었다. 남은 목표는 마라톤 풀코스다. 5,000m와 1만m 세계신기록을 보유한 베켈레의 풀코스 데뷔전이 카운트 다운에 들어갔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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