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건설을 둘러싸고 거액의 상납금을 챙겨온 '부패 먹이사슬'이 검찰에 적발됐다.
광주지검 특수부(부장 신응석)는 11일 아파트 건설사업을 하면서 하도급 업체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상납받은 대형 건설사 임직원들과 재하도급 업체로부터 상납금을 뜯어낸 하도급업체 직원 등 22명을 무더기로 적발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근 전남 순천 등 전국 곳곳의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A사 등 하도급 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또는 편의 제공 대가로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아 챙긴 혐의(배임수재)로 최모(49)씨 등 5개 대형 건설사 임직원 6명을 구속기소하고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최씨 등은 2008년 7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건설자재 제조ㆍ판매ㆍ시공 업체인 A사 도어영업팀 직원 등으로부터 아파트 공사 발주 등의 대가로 1,500만~2억2,800만원씩 받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B건설회사 직원들은 '직원별 상납금액 배분 관련 서류'까지 작성해 얼마씩 나눠 가질 것인지를 논의하는 등 조직적으로 상납금을 관리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대형 건설사는 올해 건설회사 도급 순위 100위에 포함되는 대기업들이고 이 중 1곳은 매출 10위권 안에 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건설사에 돈을 상납한 A사 도어영업팀 직원들은 재하도급 업체를 통해 상납자금을 벌충했다. 실제 김모(37ㆍ구속)씨 등 A사 직원들은 2007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20개 재하도급 업체를 상대로 공사비를 부풀리는 이른바 '업(UP)' 계약을 하고 차명계좌로 차액을 돌려 받는 수법으로 39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일부를 대형 건설사 임직원들에게 리베이트로 건넸다. 이들은 이 가운데 29억원은 주택 대출금 상환이나 신용카드 대금 결제, 차량 구입비,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을(乙) 중의 을(乙)'인 재하도급 업체들은 A사뿐만 아니라 원청업체인 대형 건설사 임직원과 아파트 건설현장 소장들에게도 뒷돈을 상납해야 했다. A사의 재하도급 업체 사장 13명은 A사로부터 재하도급을 받을 수 있게 해달라는 등의 부탁과 함께 대형 건설사 임직원들에게 1,000만~1억6,000만원씩을 건넨 혐의(배임증재)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됐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와 하도급업체에 상납금을 제공한 재하도급 업체 중 7곳은 수익이 줄고 건설경기 악화까지 겹치면서 부도를 맞기도 했다.
검찰 관계자는 "아파트 건설공사 하도급 비리의 원인은 무엇보다 대기업의 부당한 납품과 도급 요구에 있었다"며 "앞으로도 건설업계의 구조적인 비리를 근절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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