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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국주의에 뿌리 개발 독재 시대엔 노동력 차출 수단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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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국주의에 뿌리 개발 독재 시대엔 노동력 차출 수단 활용

입력
2013.12.1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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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징병제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게 유지돼 온 우리나라의 집단주의적 병영 문화는 군국주의 일본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48년 창군 당시 우리 군대의 지휘부는 일본군 출신 장교들이었고, 자연스럽게 독일의 군제를 따라 배운 일본 군 체제를 답습했다. 전체의 이름으로 개인의 인권이나 개성을 무시하는 문화도 뿌리를 내렸다.

분단상황에서 군사독재정권이 수립되면서 전체주의적 군대 문화는 더욱 기반을 다졌다. 박정희 정권은 국민들의 의식 속에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담론을 내면화시켰고, 1961년 5ㆍ16 쿠데타 직후 병무청을 신설한 뒤 병역 회피자를 엄중하게 단속했다. 1950년대에 흔했던 '병역 미필자'는 '병역 기피자', '병역 사범'을 거쳐 급기야 1972년 유신 이후 시민권을 박탈당하는 '비(非)국민'으로 분류해 강제 징집 수용을 압박했다.

1960~70년대 박정희 정권은 북한을 주적으로 하는 '반공ㆍ반북' 프레임을 강화하는 한편 철저한 징발로 급증한 잉여 병력을 '조국 근대화' 현장에 투입했다. 군인들은 철책선 설치와 진지 요새화 작업, 콘크리트 벙커 공사, 교통호 작업 등 온갖 사역에 동원됐고, 병력특례 제도에 따라 군수산업 현장에 저임 노동력으로 공급됐다. 이른바 개발독재 시대에 손쉽게 노동력을 차출하는 수단으로 징병제가 활용된 셈이다.

정권이 문민화된 후 군 복무기간이 짧아지고 내무반 분위기가 자유로워지는 등 병영에도 변화가 찾아왔지만 여전히 민주화, 다원화된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르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5월 육사 생도간 성폭행 사건 등 일련의 일탈에 대해 기강잡기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군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전문가 진단이 나오는 것은 이러한 괴리를 지적한 것이다.

박효선 청주대 군사학과 교수는 "남북 관계가 획기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이상 병력 규모를 대폭 줄이거나 징병제를 폐지하기는 어렵지만 병영 문화는 다르다"며 "세계적인 강군인 미군과 이스라엘군에서 보듯 개인의 인권을 억압하기보다 철저히 보장할 때 조직의 생존도 보장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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