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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영어버전 만드는 신경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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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을 위한 행진곡 영어버전 만드는 신경구씨

입력
2013.12.1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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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먼저 떠난 님(영령)들에게 빚을 갚는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5ㆍ18민주화운동의 상징곡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영어로 번안하고 있는 광주국제교류센터 신경구(65) 소장. 그는 11일 "왜 번안을 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신 소장은 "1980년 5ㆍ18 당시 광주에서 '데모'를 하진 않았지만 그 때 데모 세대 덕분에 지금 나름대로 삶을 누리고 있다"며 "번안작업은 그들에게 진 빚을 갚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도 그에게 '80년 5월 광주'는 언제나 자신의 한쪽 어깨를 짓누르는 '심리적 부채'였던 것 같다. 충북 진천 출신인 그는 81년 영어영문과 교수로 전남대 강단에 선 뒤 광주의 아픔을 현장에서 묵묵히 지켜봤다. 80년 5ㆍ18 당시 그들과 함께 하지 못했던 게 못내 죄스러웠던 탓인지 그는 "약간의 죄책감 같은 게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인지, 그는 '임을 위한 행진곡'가사 중에서도 '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라는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 닿는다고 했다. "이 노래를 영어로 번안해 세계에 널리 알리는 것이 그나마 내가 '산 자'로서 '앞서 나간' 5월 영령들을 따르는 거죠."

신 소장이 임을 위한 행진곡 번안을 하겠다고 마음 먹은 건 10년 전부터이다. 그는 5ㆍ18 이후의 광주와 한국 민주화운동의 변화 과정 등을 민중가요 번안을 통해 해외 지식인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올해 초 정년 퇴임한 그는 지난 10월에야 10년 전 생각을 행동에 옮겼지만 번안작업은 녹록치 않았다. 무엇보다 원작의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영어권 국가의 정서에 맞게 바꾼다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십 번을 썼다가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최근에야 초벌 번역과 2차 번안까지 마쳤다. 제목은 '마치 포 더 비러브드(March For The Beloved)'.

신 소장은 2차 번안본을 친분이 있는 미국의 한 대학 교수에게 보내 그들의 '입말'과 멜로디에 맞게 수정을 거쳐 내년 1월까지 번안작업을 끝낼 예정이다. 그는 내년 5월 열리는 오월음악회를 통해 '임을 위한 행진곡' 영어판을 정식 발표하기로 했다. 특히 노래 발표 장면 등을 동영상으로 찍어 동영상 사이트 유트브에 올리고 제3세계 국가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신 소장은 "프랑스의 국가인 라마르세예즈나 미국 국가 모두 시민 혁명을 대표하는 노래"라며 "한국의 민주주의를 대표하는 노래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통해 우리의 민주주의 정신과 역사가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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