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정년이 60세로 연장되면서 이제 우리도 본격적인 정년연장시대에 돌입했다. 이번 법제화는 이웃 일본의 경우를 보더라도 그렇고 연금수급개시 시점과 연계해야 하는 필요성이 있어 65세로 정년을 추가 연장하는 사회적 의제가 다시 등장할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지금 한국의 인구구조는 급격한 저출산 고령화 국면에 처해있다.
만약 늘어난 정년까지 임금이 계속 상승만하는 임금커브를 유지한다면 기업들은 사실상 정년이전에 명예퇴직이나 다른 방법으로 고용조정을 하려는 욕구를 가지게 되어 정년연장의 실효성이 감소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인건비의 상승으로 신규채용을 억제하게 되어 가뜩이나 어려운 청년층 취업기회를 더욱 제한하게 되어 심각한 세대 간 갈등을 초래할 가능성도 많다.
일부 업종에서는 늘어난 정년에 기존 직무를 그대로 수행하기에는 조직문화상의 갈등과 육체적 한계 등 어려움에 따른 산재를 늘릴 가능성도 있기에 직무의 전환이나 재배치 방안 등이 동시에 논의돼야 한다. 이는 기존 임금직무체계가 혁신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지하면서 기업들의 임금부담을 줄여주기 이해 절충적으로 도입되었던 임금피크제는 사무관리직의 경우에 새로운 임금수준에 걸맞는 새로운 직무를 주지 못했기에 표류하는 경우가 많고 또는 생산직의 경우에 노사가 맺은 기존 임금피크제 약속은 이번 법적 정년 60세 보장으로 인해 제도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결국 임금직무질서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9월에 전국의 근로자 대표 1,000명에 대해 정년연장과 임금직무체계 개편 필요성에 관한 실태 및 의식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정년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법정 정년 60세의 수혜가 확실하지 않은 근로자가 더 많다. 설령 정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정년까지 근무가 가능하다고 보는 근로자는 70%정도에 지나지 않아 결국 전체 근로자 3명중 1명 정도만 정년보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실질적 정년보장은 단지 법제도가 아니라 우리 노동시장 현실을 바꾸어야 가능하다고 보인다. 이는 같은 조사에서 비록 법적 정년 60세가 되더라도 정년 60세가 현실적으로 지켜지기 어렵다고 근로자가 상당수에 달한다는 사실로도 입증되고 있다. 결국 정년연장을 위해서는 산업현장 현실을 바꾸는 노력을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노사정이 공감하고 있는 임금직무체계의 혁신은 이를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임금만이 아니고 직무를 바꾸어야 고용안정이 이루어진다고 동의하는 근로자가 3분의 2에 달한다. 직무중심의 임금체계 개편과 같이 가야 하지만 기존 호봉제 임금체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일단 정년연장시 새로운 직무에 임금피크제와 결합해서 인력을 재배치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직무의 범위가 너무 한정적이라면 사내하청 근로자들 직무들도 함께 넣는 그랜드 디자인을 통해 직무재배치를 할 필요도 있다. 본질적으로는 개별 기업차원이 아니라 업종별로 사회적으로 직무전환 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
임금직무체계는 단지 정년연장 때문에 혁신되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가 바로 근로자간 임금격차가 확대되는 문제이다. 전체의 85%가 넘는 근로자들이 임금격차가 심각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소기업, 장년층, 비정규직 일수록 이를 더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런 임금격차를 축소하기 위해선 노동시장에서 비슷한 일을 하거나 비슷한 능력이 있을 경우 비슷한 임금을 주는 직무급이나 직능급의 확산 필요성에 대해 60%가 넘게 공감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중소기업 근로자일수록 공감 정도가 높다.
공정한 노동시장을 위한 임금체계를 연공급이 아닌 데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데는 노사정이 상당수 공감하지만, 아직 대안에 대한 진지한 노력이 부족한 현실에서 근로자들의 이런 기대와 희망을 다시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시대는 근로자들간의 연대와 기업들의 효율성 제고가 서로 모순된 목표를 지향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이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선 임금직무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임금직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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