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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2일]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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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2월 12일] 김정은 체제가 불안하다

입력
2013.12.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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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의 숙청 이후 김정은 체제의 북한 미래와 안정성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단기적으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일인권력체제가 공고화되고 직접 통치를 주도하는 친정체제가 강화될 전망이다. 또한 장성택 세력뿐만 아니라 모든 잠재적 도전세력을 제거하기 위한 공포정치가 지속될 것이다. 김정은 권력공고화 작업이 북한체제의 안정성과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은 무엇이며, 이에 대한 우리의 대응전략은 무엇인가.

돌이켜 보면 예상과 달리 북한의 3대 권력세습은 순탄하게 진행된 셈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에 권력체제 붕괴, 군부 집단지도체제, 친인척 섭정체제 등이 많이 거론되었다. 그런데 순탄한 권력세습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김일성과 김정일 시대를 거쳐 뿌리내린 수령 중심의 유일영도체제가 있다. 수령제에 따르면 영원한 수령인 김일성의 유지를 받들 수 있는 사람만이 영도자가 될 수 있다. 김정은은 김일성 주석에 대한 주민들의 충성과 향수를 이용하기 위해 김일성의 외모, 목소리, 필체, 통치스타일까지 모방하고 있다. 또한 김정은은 핵도발과 군사도발을 반복하여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이런 초긴장 국면 속에서 국가기관을 장악했다. 김정은은 구 군부세력을 제거하고, 당료 출신의 최룡해 총정치국장을 이용하여 군 직할체제를 구축하였다. 군부세력의 약화를 위해 군부의 외화벌이 사업도 당과 내각으로 이전시켰다.

김정은은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해 인민제일주의와 민생정치를 표방하였다. 물놀이장, 놀이공원, 스키장, 승마장 등 각종 체육위락시설을 건설하고, 공개적으로 당정 간부를 질책하는 것도 주민의 마음을 사려는 조치이다.

그런데 김정은의 권력장악과 민생정치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개된다고 보기 어렵다. 첫째, 잦은 숙청과 공개처형을 통한 공포정치는 자신의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지만, 획일적인 국정운영과 충성심 경쟁 등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다. 유일지배체제가 공고화되고 조언그룹마저 사라지면 북한전체가 국가적 합리성을 완전히 상실한 채 김정은 개인의 생각과 말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또한 숙청과 공개처형은 김정은의 권력장악에 대한 불안감 표출 또는 내부 불안정성의 징후로 볼 수 있다.

둘째, 김정은의 개방적 통치스타일과 민생정치가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어렵다. 핵개발 병진노선을 추진하는 한 국제제재 하에서 외자유치와 교역이 크게 제약받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생계를 위해 국가보다 비공식 시장에 더욱 의존한다. 주민의 실생활과 괴리된 각종 체육위락시설도 정치적 과시물로 전락할 것이다. 이렇게 경제개혁이 성과를 내지 못하고 부작용만 확산된다면 2005년과 같이 북한체제가 급격히 폐쇄적으로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최근 긍정적인 경제성장과 농업작황을 볼 때, 현재와 같은 실험 민생통치를 당분간 지속할 여유는 있다.

북한정세는 어디로 흘러갈 것인가. 최선의 시나리오는 김정은이 권력을 공고히 한 후 민생통치와 경제발전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에 협조하는 것이다. 최악은 김정은이 권력장악과 사회통제를 위해 내부 지도층과 주민에 대한 공포정치를 지속하고, 이를 위해 대외적으로 군사적 긴장을 계속 고조시키는 것이다. 권력이 더욱 집중된 김정은 체제는 브레이크 없는 폭주 기관차가 될 소지가 많다.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할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에 대한 철저한 대응책이 필요하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런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대화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사건 후에 수습을 위해 치러야 될 국가적 비용을 생각한다면 예방외교를 위한 노력을 아껴서는 안 된다.

돌이켜 보면 우리 대통령 임기 첫 해의 남북관계는 항상 탐색전과 길들이기를 위한 기싸움으로 점철되었다. 또한 2년차의 남북관계는 나머지 4년의 남북관계를 결정짓는 시금석이 되었다. 불확실한 북한정세와 남북관계를 관리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한 지혜와 전략과 비전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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