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스포츠계는 몹시 분주한 한 해가 될 전망이다. 2014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2월)과 2014 브라질 FIFA 월드컵(6월),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AGㆍ9월) 등 굵직굵직한 국제이벤트가 줄지어 있다.
내년 2월 7일부터 보름 동안 러시아 소치에선 제22회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우리로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예정되어있는 만큼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소치 대회의 운영과 국내 선수단의 경기력 등을 통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미리 점검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점에서 기대에 부풀어 있기도 하다.
다가 올 6월엔 아직도 우리 귀에 생생한 '대~한민국'이란 응원 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질 것이다. 브라질 각지에서 지구촌을'들었다, 놨다'할 월드컵축구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벌써 한국이 편성된 H조의 러시아 알제리 벨기에의 전력을 놓고 이러쿵 저러쿵 경우의 수를 따지고 있으니 기자들로선 지금부터 밤 잠을 설 칠 각오를 해야겠다.
이렇듯 숨 가쁘고 뜨거운 여름밤을 보낸 뒤 한 숨을 돌리려고 하면 9월엔 인천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국내에서 서울, 부산에 이어 3번째 치르는 대회지만 무대가 국내라는 점에서 아무래도 각별하다. 준비를 철저히 해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예산부족으로 준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지만 그럼에도 신명 나고 멋진 대회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아무튼 평창 동계올림픽도 그렇지만 인천 아시안게임도 성공개최여부는 결국 미디어의 몫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세계 여론의 지지와 미디어의 협조 없이 큰 대회가 성공한 기억은 별로 없다.
1981년 한국은 세계체육기자연맹(AIPS)의 아낌없는 지원으로 서울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사실 한국체육기자연맹(KSPU)이 AIPS에 가입하게 된 것은 지난 73년 한국일보 창업주인 고 장기영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의 언론인다운 뛰어난 혜안 때문이었다. 당시 만 해도 스포츠 외교로 가는 길목엔 늘 공산권이란 높은 장벽 때문에 악전고투하던 시절이어서 여기에 가입하지 않고서는 해결 할 수 없다고 판단 했던 것이다. 그래서 AIPS를 통해 세계 언론에 호소한 것이 주효했다. 당시 한국은 위험지역이라는 세계 언론의 시각을 바꾸고 공산권 참가를 유도하는데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미디어들은 이런 공감대를 형성해 협력함으로써 1980 모스크바, 1984 L.A. 올림픽 등 반쪽 올림픽을 종식시키고 1988 서울올림픽에서 명실공히 인류화합의 잔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AIPS는 예나 지금이나 IOC등 각종 국제경기단체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세계체육기자들의 모임이다. 이 조직 바로 아래 한국과 중국, 일본이 소속된 아시아체육기자연맹(ASPU) 등 5개 대륙 체육기자들의 모임이 따로 있다.
한국은 서울올림픽을 개최하기 바로 전해인 87년에도 AIPS총회를 서울에서 열어 성공개최의 기틀을 다졌다. 그 뿐인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바로 몇 달 앞둔 지난 2011년, 박용성 전 대한체육회장과 박갑철 전 ASPU 회장의 끈질긴 설득으로 또 다시 서울에서 AIPS총회를 열고 3번의 도전 끝에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 결실을 맺기도 했다. 2002 부산 아시안게임 전에도 부산에선 ASPU 총회를 개최, 일찌감치 대회의 분위기를 성공적인 무드로 잡아 나갔다.
느닷없이 이렇게 옛 일을 들춰내는 것은 다름 아닌 ASPU가 인천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한국측에 내년 8월 총회개최를 제안했다는 소식이 들려서다. 한국체육기자연맹이나 정부, 그리고 개최지인 인천시에서 이 같은 제안을 어떻게 수용할 지 신중히 검토 중에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아시아를 대표하는 체육언론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인천아시안게임의 성공개최를 논의하고 토의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박건만 전 한국체육기자연맹회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