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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2일] 소설가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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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이야기/12월 12일] 소설가와 시인

입력
2013.12.11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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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동료 소설가 몇몇과 조촐하게 송년회를 했다. 친분이 있는 시인도 몇 사람 합류했다. 소설가와 시인은 참 묘한 존재다. 가끔 재미삼아 그런 생각을 해본다. 소설가는 시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시인은 또 소설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 분야에 대한 자부심은 소설가나 시인이나 매한가지다. 막역한 관계에 있는 사이라면 소설가나 시인은 상대 분야를 밉지 않게, 아니 사실은 얄밉게 깎아내리기도 한다. 이를테면 시인은 소설가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이죽거린다. "한가하게 이야기나 늘어놓는 것이 무슨 문학이냐, 자고로 문학이란 우주와 삶의 신비를 직관적으로 꿰뚫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을 들으면 사실 소설가는 바짝 약이 오르거나 기가 죽는다. 그런데 그런 말을 들은 소설가가 가만 듣고만 있느냐 하면 그렇지가 않다. 소설가는 시인에게 이렇게 농을 걸며 약을 올린다. "짧게 쓰는 것들이 유장한 문장의 세계를 어찌 알까." 이게 친분이 있고 상대 분야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가능한 농담들이다. 만약 서먹서먹한 사이에서 이런 말이 오간다면, 그건 정말이지 싸움이 아니 날 수 없는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될 것이다. 그런데 나는 안다. 사실은 시인이나 소설가 모두 상대를 동경하고 흠모한다는 것을. 시인은 은근히 소설을 쓰고 싶어 하고 소설가들도 가끔 시 같은 걸 끼적거린다는 것을. 그것이 바로 경외라는 이름의 한통속인 것을. 소설가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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